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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들의 '왕손' 얼마나 유리할까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7-10 13:08 | 최종수정 2011-07-10 13:08


9일 오후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한화의 경기에서 9회초 교체 투입된 한화 바티스타가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대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바티스타같은 '왕손'이 투수들에겐 과연 좋은 것일까.

장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왕이면 손길이가 길면 유리하다는 게 투수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내 대표적인 '왕손' 보유자이자 바티스타와 손크기 경합을 한 정민철 투수코치는 "아무래도 손가락이 길면 볼을 잡을 때 유용한 건 사실이다"면서 "여기에 볼을 놓는 순간 파워를 넣을 수 있는 손가락 힘까지 좋으면 금상첨화"라고 말했다.

바티스타가 평균 시속 150㎞를 크게 웃도는 직구를 구사하는 걸 보면 큰 손에 손가락 힘도 좋은 것으로 한화 구단은 보고 있다.

정 코치 등 야구인들에 따르면 투수의 손이 클 경우 최대 장점은 공이 긁히는 면적이 넓기 때문에 그만큼 공에 더 많은 힘을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야구공 보다 작은 테니스공을 잡은 것처럼 움켜쥐고 볼을 릴리스하면 손가락과 볼 표면의 마찰력을 극대화해 변화구 구사에 용이하고, 직구일 경우 단단하게 쥐고 있다가 순간적으로 확 뿌려댈 수 있다.

투수치고는 손이 작고 고운 것으로 유명했던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의 경우 현역시절 손가락이 긴 투수를 상당히 부러워했던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투수 출신 김시진 넥센 감독도 손이 큰 투수가 더 유리하다는 쪽에 손을 들어줬다. 특히 포크볼과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구사하는데 용이하다는 것이다. 보통 포크볼은 손가락 사이에 볼을 깊이 끼울수록 위력적이라는 게 야구 교과서의 내용이다. 체인지업도 공이 감싸지도록 손안에 깊이 박아넣을 수록 감속을 쉽게 조절할 수 있다고 한다.


정민철 코치의 현역 시절 주무기가 체인지업과 낙차 큰 커브였다는 사실도 '왕손'의 장점을 제대로 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학창시절 공을 손가락 사이에 끼운 뒤 테이프로 감아놓는 투수들이 많았던 것도 '왕손'에 대한 부러움 때문이다.

하지만 선동열 전 삼성 감독, 정민태 넥센 투수코치, 류현진 등 작은 손으로 성공한 투수가 많다. 굳이 손이 크지 않아도 부단한 훈련과 타고난 소질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가락이 길어서 볼의 실밥에 걸친 손가락과의 간격이 너무 벌어진다거나 글러브 안에서 이뤄지는 손동작이 타자에게 읽힐 가능성이 있다는 게 '왕손'의 단점이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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