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했지만 희망 찾을 수 있었던 고원준의 값진 완투

8이닝 2실점 완투. 아쉽게도 패배의 쓴잔을 들이켜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 개인으로서, 팀으로서 희망을 찾을 수 있었던 투구였다. 9일 인천 SK전에 선발등판 했던 롯데 고원준의 얘기다.

8회말 2아웃까지 잘 잡은 고원준. 하지만 2사 후 박정권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팀이 1-2로 뒤지던 상황이기에 추가점은 쐐기점이 될 수 있는 상황. 여기에 상대타자는 최근 타격감이 좋은 4번 최 정이었다. 주형광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랐고 외야 불펜에서는 임경완이 뛰어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임경완이 다시 불펜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주 코치와 고원준, 강민호의 얘기가 길어졌다. 결국 주 코치는 그대로 덕아웃에 돌아왔고 고원준은 강력한 직구로 최 정을 1루수 플라이 아웃 처리했다. 그의 강한 승부욕과 집념이 만들어낸 장면이었다.

고원준의 평소 모습은 양승호 감독의 표현처럼 '능글능글'하다. 정상 로테이션보다 하루 휴식을 더 취하고 경기에 나서는 느낌을 묻자 "큰 차이를 모르겠다. 야구를 한 10년은 해봐야 그 느낌을 알 수 있지 않겠나"라고 할 정도로 유쾌하다. 하지만 마운드에만 오르면 달라진다. 냉철한 승부사로 돌변해 상대타선을 압도한다.

6월 잠깐의 슬럼프를 맞았던 고원준이지만 이런 승부욕을 바탕으로 확 달라졌다. 지난달 30일 부산 KIA전 완봉승이 계기가 됐다. "특별한 변화는 없다. 항상 마운드에 오르면 내 공을 자신있게 던진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고원준은 이날 경기에서 총 107개의 공을 던졌다. "투구수가 부담되지는 않았나"라는 질문에 "전혀 문제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원준은 "사실 강우콜드 완봉승을 거뒀던 KIA전에서도 컨디션이 좋아 마음 속으로는 끝까지 던지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비록 롯데는 경기에 패했지만 선발 자리에 완벽히 정착한 고원준의 모습을 확인한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고원준이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이와 같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후반기 순위싸움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김 용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