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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경기 시작전에도 대전구장 하늘은 잔뜩 찌푸렸다. 전날 우천취소로 쉰 한화 한대화 감독은 덕아웃에서 취재진과 함께 '비 이야기'를 한동안 했다.
한 감독 입장에서는 다른 팀에 비해 쉰 경기가 적은 터라 이왕이면 우천으로 휴식을 갖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다. 이 때 넥센의 김시진 감독이 어슬렁 어슬렁 한화 덕아웃을 향해 걸어왔다. 한 감독이 친한 형님인 김 감독을 영접(?)하기 위해 달려나갔다.
한 감독:(흠칫 놀라며) 에이, 왜 이러세요. 나중에 천천히 해요.
김 감독: 아냐 지금해야 돼. 우리 KIA한테 3연패 당하고 왔으니까. 연패 빨리 끊어야지.
한 감독: (가자미 눈을 뜨며) 아니, 하필 분풀이 상대가 우리여?
이후 두 감독은 하위팀의 애환을 담아 서로의 전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동병상련(?)을 정을 나눴다.
김 감독: 한화 방망이도 요즘 괜찮던데. 이양기 한상훈도 좋아졌고.
한 감독: 이양기? 말도 마세요. 누가 맞으라고 내보냈나? (볼을 방망이로)맞히라고 내보냈지. 괜히 큰 싸움날 뻔 했잖아요.(지난 5일 대전 LG전 도중 이양기가 다리를 내밀며 사구를 유도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가 포수 조인성과 시비 끝에 벤치 클리어링으로 번진 사건이 있었다)
김 감독: 하하하, 그렇게 해서라도 출루하려고 하니 부럽구만.
이 때 등부상으로 1군에서 빠진 류현진이 워밍업을 마치고 덕아웃을 지나쳤다.
김 감독: 야, 현진아 너 어디 아프다며?
류현진: (우렁찬 목소리로) 안 아픕니다.
김 감독: 그럼 던져야지. 뭐하는 거냐?
한 감독: 넥센전에는 지(류현진)가 안나가겠다고 그러네. 형님네 팀을 너무 생각해줘.
김 감독: 그래? 아니, 왜?
류현진: 제가 넥센에 너무 강해서요. (순간 주변은 폭소의 도가니가 됐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