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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력투구는 아니었다. 일종의 깜짝 이벤트였다. 지난 5월 부임한 노재덕 단장(47)은 국내 프로야구단의 대표적인 젊은 단장에 속한다.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으로 한화도시개발 상무를 지내는 등 한화그룹 내에서 기획통으로 검증받았다.
당시 한화는 성적 부진에 전력강화를 위한 투자에 소홀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큰 위기를 겪고 있을 때였다.
노 단장이 부임한 이후 한화는 상승세를 걸었고, 꼴찌 탈출에도 성공했다. 무엇보다 불신과 불만이 적지 않았던 팀 분위기가 급속도로 호전됐다.
여기엔 젊은 노 단장의 숨은 공로가 적지 않았다. 큰형님같은 푸근한 인상의 노 단장은 선수들에게 격의없이 먼저 다가간다. 경기장에서 단장실에만 고집하는 경우가 없다.
선수들이 훈련 중일 때는 덕아웃에 나와 한대화 감독(51)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으레 방송사와 신문사 카메라가 감독을 포착하려고 하면 "감독님, 심각한 표정지어 봅시다. 그러면 뭔가 굉장히 중요한 얘기를 하는 것으로 보일텐데 재밌잖아요"라고 농담을 던지지도 한다.
한 감독은 노 단장의 대전 신흥초등학교 후배다. 그래서 노 단장은 야구를 좋아하고, 한 감독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열성팬이었다.
이날도 노 단장은 한화 선수들이 훈련을 끝내자 포수 미트를 슬쩍 끼더니 오성일 홍보팀장이 던져주는 볼을 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6m 정도의 짧은 거리에서 살짝 던져주는 캐치볼이었지만 노 단장은 "이래봬도 왕년에 야구 좀 해봤다"며 폭소탄을 날리기도 했다.
때마침 류현진이 경기장 바람 쐬러 나왔다가 오 팀장에게 딱 걸렸다. 이후 투수가 교체됐다. 선발 오 팀장에 이어 이례적으로 교체 멤버(?)로 나선 류현진은 노 단장과 사이좋게 볼을 주고 받았다.
오 팀장은 "천하의 에이스가 던지고, 단장님이 받는 장면은 처음 봤다"고 했다.
요즘 달라진 한화 구단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특이한 장면이었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