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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타가 눈에 보이는 '화려한 전력'이라면, 수비와 주루 등 잔 플레이는 기본으로 깔려있는 '수수한 전력'이다. 강팀으로 도약하기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야할 요소다. 하지만 '기본'이란 가장 중요하고도 가장 갖추기 힘든 단어다. 하루 아침에 가능하지 않다.
넥센이 3경기 연속 결정적인 순간마다 터져 나온 주루 미스 속에 아쉬움을 삼켰다.
7일 KIA전의 아쉬웠던 3가지 장면
7일 군산 KIA전. 이미 2패를 당한 넥센은 배수의 진을 치고 나왔다. 1회 2실점했으나 넥센은 2회 바로 2점을 따라가 동점을 이뤘다. 이어진 무사 1,2루. 발이 빠르지 않은 강정호와 이숭용이 각각 2루와 1루 주자였다. KIA로선 포스아웃에 승부를 걸어볼 수 있는 상황. 1루수 김주형이 100% 압박수비에 나섰다.
실전 경험이 부족한 허도환은 다소 긴장한 듯 초구 번트에 파울을 냈다. 허도환은 2구째에 다시 번트를 댔다. 하지만 타구를 3루쪽으로 틀어 보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다. 코 앞까지 황소처럼 달려든 1루수 김주형 정면으로 타구가 굴렀고, 김주형은 지체없이 3루를 선택했다. 보기 드문 보내기번트 병살타가 되는 순간이었다. 비록 1점을 추가했지만 넥센으로선 아쉬운 장면이었다.
4-5로 한점차 추격에 성공한 6회 무사 1,2루 찬스도 아쉬웠다. 좌타자 조중근이 초구에 댄 번트는 3루쪽으로 얕게 떴다. KIA 포수 차일목이 노바운드로 미트에 넣었고, 2루로 송구해 귀루하던 주자 유한준을 더블아웃시켰다. 유한준의 몸은 공이 뜨는 순간 2루 대신 3루로 향했다. 2루주자로서는 바운드 볼이 될 건지, 페어지역으로 들어오는 타구인지에 대한 순간 판단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주자가 센스있는 유한준이었기에 아쉬웠다. 살짝 뜬 공은 이미 파울지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넥센은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주루사로 당했다. 5-7로 추격한 9회 2사 1,3루. KIA로선 압박감을 느낄 수 있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1루주자 장기영은 투구폼이 큰 유동훈임에도 바로 도루 시도를 하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3구째 뒤늦게 발동을 걸었지만 노련한 유동훈의 견제에 걸려 허무하게 아웃되고 말았다. 김시진 감독은 경기가 끝났음에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사흘 연속 이어진 어이 없는 주루사
3연전 내내 넥센은 힘보다는 상대적 세기에서 밀렸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주루사를 범하며 KIA 수비진의 부담을 덜어줬다.
3연전 첫 경기였던 5일. 0-0이던 5회 1사 2루에서 김민성이 유격수 땅볼을 쳤다. 타구는 3루쪽을 향했지만 2루주자 오재일은 3루로 달렸다. 포구를 위해 몸이 3루쪽을 향해 틀어져 있던 KIA 유격수 이현곤은 '편안하게' 3루로 송구해 주자를 잡아냈다. 2루주자는 유격수 앞 땅볼 타구가 3루쪽으로 향하면 귀루하는 것이 기본이다. 포구와 송구가 이어지는 동작이기 때문이다. 오재일은 다음날 2군으로 내려갔다. 문책성이었다.
6일 경기에서도 귀신에 홀린듯한 '주루사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1-0으로 앞선 무사 만루. 조중근이 친 직선타구가 전진하던 KIA 2루수 안치홍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갔다. 귀루 대신 홈을 향했던 3루주자 장기영이 급히 방향을 바꿔 슬라이딩 했으나 안치홍의 재빠른 송구에 더블아웃.
'직선타'에 대한 주자의 기본은 '귀루'다. 고의 낙구 상황 등에 대한 대비였는지 몰라도 장기영의 주루플레이는 기본에 벗어나 있었다. 넥센은 무사 만루 찬스 무산 직후인 8회말 2점을 내주며 역전패하고 말았다.
주루플레이는 '교육'보다는 '센스'의 영역이다. 그래서 선수의 '경험'이 중요하다. 매 시즌 조금씩 전력약화를 감수한 넥센 선수구성의 한계가 수면 위로 살짝 드러났던 '군산 참사'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