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거 진짜야? 만우절도 아닌데…."
한화 구단주인 김 회장이 포스트시즌이나 시즌 개막 전-후에 선수단을 직접 격려하거나 회식비를 전달한 적은 있어도 전보-보약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관심을 표시한 것은 처음이다.
십수년간 한화에서 일한 구단 사무국 직원들도 깜짝 놀랐는데 선수들은 오죽했을까. 류현진 등 선수들은 처음엔 믿지 않았다고 한다. "이게 진짜 회장님이 보낸 게 맞느냐. 장난하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사이버 시대에 성장해서 우편 전보 자체가 생소한 젊은 선수들인 데다, 발신지가 서울 한화그룹 본사가 아닌 대전구장 관할지역 KT 지점으로 돼 있으니 헷갈렸다고 한다(전보는 수취인 주소지 관할의 KT 전보배달실이 발신처로 찍힌다). 게다가 메시지 말미의 보내는 이가 '한화 이글스 구단주 김승연'으로 돼 있어서 선수들은 더 갸우뚱했다. 그동안 구단주 대행인 야구단 대표이사를 통상적으로 구단주라 불러왔기 때문이다.
|
결국 구단 프런트들이 김 회장이 하사한(?) '진품'임을 거듭 확인해주자 류현진은 "태어난서 이렇게 인상적인 응원은 처음"이라며 몹시 기뻐했다고. 선수들의 궁금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왜 하필 전보를 부쳤을까.
김 회장은 최근 21일간의 동남아 5개국 방문을 마치고 7일 귀국한 뒤 곧바로 서울 사무실에 출근했다. 이른바 '중장기 먹거리 개발'이라는 그룹의 미래를 발굴하기 위한 중요한 출장이었다.
출근하자 마자 신문부터 펼쳐들었는데 한화 선수들이 최하위였는데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며 화제를 끌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장기 출장으로 인해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어떻게든 감사표시를 하고 싶었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격려 메시지를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이 급행 전보였다. 스마트시대랍시고 이메일, 휴대폰 문자 등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지만 자칫하면 성의가 없어 보일 수 있다. 젊은 선발 투수 5명에게 상징적으로 전보를 보냈지만 다른 선수들이 서운해 할 수 있으니 보약을 따로 지어주라고 했다.
동남아 방문 이후 결산 회의 등을 주재하느라 따로 시간을 빼기 힘든 김 회장으로서는 이 방법이 즉각적이고 최선이었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김 회장이 보낸 특별한 응원 전보에는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 귀하. 한화 이글스의 젊은 독수리로서 팬들에게 뜨거운 감동의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는 ○○○ 선수의 선전을 치하합니다. 남은 시즌도 아름다운 도전으로 이글스의 새로운 신화를 함께 만들어 갑시다. 한화 이글스 구단주 김승연. 02-729-XXXX.'
한화 구단은 "회장님의 전보 한 장 효과가 벌써부터 위력적"이라고 희색이다. "나도 저런 전보 받고싶다"는 선수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보 받고 싶으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은 명확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