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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박정태와 염종석은 92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다. 대졸 2년차의 박정태와 고졸 신인 염종석은 92년 투-타의 주역으로 활약하며 우승을 일궜고, 95년과 99년 한국시리즈 준우승도 함께 했다. 지금은 롯데 2군에서 2군 감독과 투수코치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박정태 2군감독은 지금도 '악바리'하면 떠오르는 인물이다. 흔들타법으로 유명했던 박 감독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한시대를 풍미했다. 염 코치는 박 감독에 대해 "형님이 경기하는 걸 보면 같은 팀에서 뛴 게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며 "상대편으로 만났으면 정말 상대하기 싫었을 타입의 끈질긴 타자였다"고 회상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해는 99년. 그해 박 감독은 처음으로 롯데의 주장이 됐다. 당시 롯데는 고참들이 투표를 통해 주장을 정했는데 95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내리막을 타던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선배들이 박 감독에게 주장자리를 내준 것. 염 코치는 "당시 형님이 몇 차례 고사를 했는데 결국은 주장을 맡으면서 후배들에게 '내 말에 무조건 따르면 주장을 맡겠다. 안 따라오면 그날로 주장을 그만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시에 형님은 후배들을 별로 터치하지 않고 묵묵히 행동으로 보여줬는데 주장을 맡은 이후엔 후배들을 다그쳤다. 그때 진짜 욕 많이 먹었다"고 했다. 경기에 져서가 아니라 포기하는 모습을 보일 때 박 감독은 정신자세에 대해 꾸짖었다.
그해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7차전이 박 감독의 카리스마가 폭발한 경기였다. 외국인 타자 호세가 홈런을 치고 덕아웃으로 오다가 팬들이 던진 오물을 맞고 관중석에 방망이를 던지면서 대형사고가 났다. 당시 박 감독은 "이런 상황에선 경기 못한다"며 후배들에게 짐을 싸서 나가라고 지시했고, 실제로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아이고. 그때 주춤주춤하면서 늦게 나오는 애한테 얼마나 화를 내시던지"라며 염 코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프런트 분들이 간신히 정태 형님을 설득시켜 경기장으로 다시 왔는데 형님이 선수들을 모아놓고 '오늘 게임 지면 나도 없고 너희도 없다. 목숨 걸어라. 이렇게 지면 억울하지 않겠나. 무조건 이긴다'라고 하셨다. 그때 형님의 카리스마는 진짜 대단했다"고 했다. 결국 롯데는 고 임수혁의 9회초 동점 2점홈런과 연장 11회초 김민재의 역전타로 6대5로 이겨 한국 포스트시즌 사상 최고의 명승부 중 하나를 만들었다.
지금도 악바리 정신으로 2군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을까. 염 코치는 "지금 보면 그때 우리한테 그렇게 욕을 했던 분이 맞나 싶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라고나 할까. 후배들을 큰 형님의 마음으로 자상하게 대한다"고 웃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