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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진우에게 5일 군산 넥센전은 의미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조 감독의 뚝심은 만만치 않았다. 김진우를 그대로 마운드에 세워뒀다. 스스로 경기를 정리하라는 뜻이었다. 벤치의 뜻을 파악한듯 김진우는 대타 강병식에게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던져 스탠딩 삼진을 잡아냈다. 경기 종료. 김진우에게 잊을 수 없는 복귀 첫 세이브가 주어지는 순간이었다. 김진우를 향한 조 감독의 팔동작. 그 숨은 의미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직구 릴리스 포인트에 대한 불안감
김진우의 관건은 직구다. '필살기'인 낙차 큰 커브의 위력은 여전하다. 알고도 당할 정도다. 다만 커브의 위력을 배가시킬 빠른 직구가 아직은 미흡하다. 볼끝의 힘과 스피드를 따지기 이전에 제구가 높다. 그러다보니 승부처에서 벤치의 과감한 등판 결정이 쉽지만은 않다. 안타 하나가 필요한 상황에서 상대 타자들의 선택은 딱 하나, 커브다. 직구가 바로 서지 않는 이상 노림수에 노출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그런 면에서 조 감독은 '손짓'은 의미가 컸다. 직구 릴리스 포인트에 대한 지적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릴리스가 늦은데 대해 투수코치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직구 볼끝이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힘을 가하는 손끝의 타점을 타자 쪽으로 길게 쭉 끌고 나와야 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요소는 하체 밸런스다. 하지만 김진우는 아직 완전한 몸상태는 아니다. 동료 선수들처럼 체계적인 겨울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100% 완벽한 밸런스를 요구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문제를 알고 모르고는 중요하다. 김진우에게는 오늘보다 내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 감독의 직구 손동작에 대한 지적은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릴리스 포인트가 이상적인 위치보다 어깨 뒤에서 형성되다 보니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의식적으로 낮은 제구를 신경쓰다보니 던지고 난 뒤 오른손을 몸쪽으로 말아 쥐는 모습이 포착된다. 힘있는 직구를 맘껏 뿌릴 수 없는 이유다.
오늘을 담보로 한 김진우의 내일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조범현 감독도 이를 잘 안다. 김진우에 대해 "공백기가 대체 몇년이냐. 금세 완벽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무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김진우에 대한 조 감독의 '처방'은 상당히 과감하다. 자칫 크게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를 마운드에 올린다. 고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베팅할 가치가 있는 투수가 김진우라는 판단이 분명히 서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늘 "투수 하나를 만드는 일이 쉬운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신인이나 군제대 선수, 그리고 김진우처럼 먼 길을 돌아온 투수들에 대한 공통적인 말이다. 여러가지 상황을 단계별로 조금씩 부여함으로써 훗날 크게 쓰려는 포석이다.
조범현 감독은 "김진우는 아직 투구 감각이 부족하다. 그래서 올스타전 이전까지는 가급적 수월한 상황에서 등판시켜 감각을 끌어올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범현 감독의 '김진우 육성 프로젝트'. 어쩌면 KIA의 가을 행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다.
군산=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