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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주키치."
주키치는 현재 LG의 실질적인 에이스다. 성적 뿐만 아니라 팀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3경기서 주키치는 무려 23⅔이닝을 던졌다. 매 경기 약 8이닝을 소화한 셈이다. 실점은 고작 3점. 자책점은 2점에 불과하다.
지난달 28일 잠실 삼성전에서 주키치는 8회까지 99개의 공을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팀이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체력적인 이유로 8회까지만 던졌다. 하지만 팀은 주키치가 내려간 뒤 역전패했다. 이날 경기 후 박 감독은 주키치의 투구수를 거론하며 "좀 더 공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 감독의 뜻을 알았다는 듯 주키치는 다음 등판인 5일 대전 한화전에선 8회까지 무려 123개의 공을 던지며 1-0 리드를 지킨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불펜 투수들은 9회 동점을 허용, 또다시 그의 승리를 날려버렸다. 불펜 뿐만 아니라 팀 타선도 주키치를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주키치에게 미안한 마음은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주키치의 아내는 출산을 위해 미국 고향집으로 돌아갔다. 출산 예정은 오는 8월. 미국 정서상 아빠들은 아내의 출산을 꼭 곁에서 지킨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아내의 출산을 앞둔 선수에겐 특별 휴가를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키치는 아내 출산과 상관없이 팀을 지키키로 구단과 약속을 했다. 쉽지 않았지만 팀이 9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꿈꾸고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대전=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