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과 야통이 같은 날 자신의 닉네임을 거부했다. '야신'은 야구팬들이 익히 알고 있는 SK 김성근 감독이고 '야통'은 초보감독이면서 최근 팀을 리그 1위로 끌어올린 삼성 류중일 감독이다. 두 닉네임 모두 야구에 관한 한 인정받을 만한 실력이 있기 때문에 붙은 것이지만 두 감독은 나름의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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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5일 인천 삼성전을 앞두고 취재진으로부터 '야신과 야통의 대결'이라는 얘기를 듣자 "나 야신 사퇴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5연패 중인데 무슨 야신이냐"며 반문한 김 감독은 "이제 없는 선수 타령 그만하고 여기서 어떻게 살아가는가가 중요하다"며 팀을 재정비하는 것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유가 있다. 김 감독은 팀이 현재 상황에 처한 것을 모두 자신 탓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SK는 기본적인 것이 결여돼있다. 안이한 부분이 많고 그런 것을 되찾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힌 김 감독은 "지난 주말 목동 넥센전에서 선수들이 이기고자 하는 의욕은 보였지만 그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았다. 결국 방향설정을 잘못한 감독 탓"이라고 설명했다. 항상 팀이 위기에 처하기 전에 문제점을 확실히 파악, 대안을 찾았었지만 이번만큼은 매끄럽게 돌아가지 않았다는 의미다. 결국 김 감독은 경기 전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한국시리즈 등을 앞두고서나 하는 견제, 도루 단체 훈련을 직접 지휘하며 선수들의 기량 점검 및 의욕 고취를 시도했다. 마치 2007년 처음 SK를 맡았을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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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야통은 이르다.
류 감독은 '야통'이라고 불리는 것을 굉장히 민망해한다. 취재진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안녕하십니까. 야통님"이라고 인사를 하면 손사래까지 치며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한다. 5일 역시 그랬다. "야통은 무슨"이라며 웃은 류 감독은 "만약 올시즌 우리가 우승하면 내년에나 가능할까. 지금은 이르다"고 말했다. 현재는 팀이 잘 운영되고 있지만 언제 페이스가 떨어질지 모르니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의미다. 실제로 류 감독은 "지금 이렇게 야통이라고 하다가 나중에 성적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또 뭔가 이야기가 나오지 않겠는가"라며 우려 섞인 말을 한 후 "현재는 계속 승리하니까 선수들이 피로나 부상을 쉽게 느끼지 않는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언제든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 감독이 선수들에게 계속 '스스로 발전하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도 일맥상통한다. 현재 삼성은 주전들이 부상당한 사이 임시로 자리를 메웠던 백업선수들이 맹활약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아예 주전자리를 꿰찬 배영섭을 비롯해 조영훈, 모상기 등이 백업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만 삼성이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 류 감독의 생각이다. "'됐다' 싶은 순간 당한다"는 류 감독의 말은 비단 선수 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하는 충고였던 것이다.
인천=노경열 기자 jkdroh@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