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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숫자가 찍혔다. 초당 57회전.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포심패스트볼의 초당 회전수에서 독보적인 존재임을 과시했다. 오승환은 5일 SK와의 인천 원정경기에서 시즌 23세이브째를 따냈다. 6-5로 팀이 역전에 성공한 뒤 연장 11회에 등판,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초당 57회전
이날 중계를 맡은 케이블채널 KBSN은 경기 도중 짬짬이 투수들의 초당 회전수와 초속, 종속 차이를 화면을 통해 보여줬다.
오승환은 두번째 타자인 SK 이호준을 상대할 때 2구째 포심패스트볼의 초당 회전수가 57회전까지 나왔다. 그밖에도 대체로 52회전 이상이 나왔다.
포심패스트볼은 커브와 달리 대표적인 '백스핀 구질'이다. 공은 포수를 향해 전진하지만, 그 과정에서 공 스스로는 뒷구르기를 한다. 이 회전수가 초당 57회의 비율이었다는 것이다. 직구의 회전수가 많을수록 공끝이 좋다는 게 일반론이다.
다른 투수들과 확연히 비교됐다. SK 선발 글로버는 1회에 삼성 박한이를 상대할 때 최대 52회전을 기록했다. SK 두번째 투수 송은범은 6회에 46회전이 나왔다. 평소 두 투수 모두 위력적인 직구를 갖췄다는 평가를 듣는데, 오승환의 포심패스트볼에는 못 미친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물론 선발투수는 스태미너를 위해 구속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오승환의 직구 회전수는 경이적이다.
직구, 최고의 무기
삼성 김태한 투수코치는 평소 "투수에게 최고의 친구는 직구다. 좋은 직구를 갖고 있다면, 그게 위력적이라면, 최고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오승환이 국내 투수중 드물게 스트라이크존 바로 아래 코스로 힘있는 직구를 꽂는다는 걸 설명할 때 나온 얘기다.
투수가 던지는 포심패스트볼은 백스핀 구질이다. 타자 역시 타격때 의도하든 않든 자연스럽게 타구에 스핀을 넣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홈런 타구는 백스핀일 때가 많다. 선수들이 '제대로 찍혔다'고 말할 때, 이건 바로 타구 비거리를 늘어나게 하는 강력한 백스핀이 공에 걸렸다는 걸 의미한다.
따라서 강력한 포심패스트볼과 장타자의 파워스윙이 마주치는 순간을 다른 시각으로 보면, '백스핀 대결'로 규정할 수도 있는 셈이다.
오승환은 이날 이호준에게 장타를 허용할 뻔 했다. 타구가 우측 펜스로 향했는데, 95m로 짧은 편인 문학구장의 펜스 바로 앞에서 우익수 박한이가 겨우 처리했다.
타구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처음 맞을 때만 해도 제대로 찍힌 듯 보였다. 하지만 쭉 뻗어가던 타구는 어느 순간 추진력을 잃고 급격하게 낙하했다. 잘 맞혔지만, 오승환의 직구가 갖고 있는 힘에 밀린 것이다.
밸런스 회복
오승환의 포심패스트볼이 보여주는 회전수는 곧 밸런스 문제와 연결된다. 오승환 스스로도 평소 "밸런스가 맞아야 공의 회전수가 많아진다"고 말하곤 했다. 밸런스가 좋으면 비교적 적은 힘을 들이고도 좋은 직구를 던질 수 있다.
근본적으로 이처럼 좋은 회전수를 보일 수 있는 건, 오승환의 엄청난 악력과 독특한 그립 덕분이기도 하다. 오승환이 경기도 용인의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재활을 하면서 악력 테스트를 했는데, 그 수치가 레슬링 국가대표 보다도 높게 나오며 신기록을 세웠다는 사실을 일전에 소개한 바 있다.
게다가 오승환은 직구 그립이 다른 투수들과 다르다. 다른 투수들은 손가락 전체가 공에 착 감기듯 잡는다. 반면 오승환은 검지와 중지로 공을 찍듯이 잡고 엄지를 구부려 받친다. 엄청난 악력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그립이다. 찍듯이 공을 던지는 스타일이다. 오승환의 '돌직구'가 더 많은 백스핀이 걸리는 이유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