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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의 또한가지 수. 경기전 '특별한' 훈련 시작

노경열 기자

기사입력 2011-07-05 18:35


SK 김성근 감독. 송정헌songs@sportschosun.com


SK 김성근 감독이 부진 타파를 위한 또한가지 수를 꺼냈다. 기본을 다짐과 동시에 선수들의 창의적인 플레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SK는 5일 인천 삼성전을 앞두고 평소 볼 수 없었던 합동훈련을 펼쳤다. 투수들이 1루와 3루를 잇는 선을 만들며 길게 늘어서 있었고 포수의 사인에 따라 일제히 몸을 돌려 2루쪽으로 견제구를 던졌다. 물론 마운드 위에 서 있는 투수만 공을 던지고 나머지는 시늉만 하는 상황. 이 훈련은 포수와 유격수, 그리고 투수를 계속 교체해가며 이어졌고 투수가 마운드에 내려간 뒤에는 야수들이 2루 베이스 앞에 길게 늘어서서 주루코치의 사인에 따라 일제히 3루로 도루하는 훈련을 했다. 굉장히 이례적인 장면이다. 보통 시즌 중에 경기 전 훈련이라고 하면 웜업과 함께 야수간의 연계플레이, 배팅훈련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 SK가 보인 훈련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혹은 마무리 훈련에서 기술적인 측면을 보강할 때나 나오는 것이다. SK는 이날 낮 12시부터 구장에 나와 모든 웜업을 마치고 오후 3시까지 이 훈련을 진행했고 오후 3시부터는 평소처럼 케이지를 두고 배팅훈련에 매진했다.

경기 전 취재진이 훈련이유를 묻자 김 감독은 "그걸 봤냐"라며 웃은 뒤 "시즌을 치르다보면 기본이라는 것에 소홀해질 수 있다. 기본은 반복이 필요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원래 어제부터 했어야 했는데 인사이동도 있었고, 또 밤새 고민하다 보니 '이런 점이 모자라구나'라고 생각해서 지시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단순히 기본 때문만은 아니었다. "원래 (한국) 시리즈 등을 앞두고 하는 훈련인데 우리가 지금 그만큼 긴박한 상황이라는 의미"라고 밝힌 김 감독은 "선수들이 이기고자 하는 의지는 있는데 이기는 방법은 모르는 것 같다"며 일침을 놨다.

곧바로 김 감독의 '야구철학'이 이어졌다. "지난 2일 넥센전에서 패하긴 했지만 얻은 것이 많았다. 그날 사실 벤치에서는 사인이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선수들이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 지켜만 봤다"고 털어놓은 김 감독은 "야구는 '이어가는 스포츠'다. 그래서 '타선'이라고 하지 않나. 예를 들어 주자가 2루에 있을 때 우측으로 밀어쳐서 진루를 노리다가 우익수 플라이가 되는 것은 괜찮다. 팀전체적인 흐름을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잡아당겨서 좌전안타를 쳤다면 그건 팀을 생각한 것이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선수들이 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 하고 있다"며 표정을 굳혔다. 구체적인 예도 들었다. 2일 넥센전에서 3-4로 뒤지고 있던 6회초 1사 1루 때 타석에 섰던 SK 최경철은 3구 삼진을 당했다. "사인이 안 나갔다고 하더라도 그 때는 번트를 대서 주자를 2루로 보냈어야 한다. 그 때 주자를 2루로 보낼 경우를 대비해 대타도 준비해놓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삼진을 당하더라. 크로스게임(접전) 상황에서 그라운드 위 선수들이 벤치 사인만 기다리다가는 늦는다"는 설명이다.

"결국 방향설정을 잘못한 감독 잘못"이라며 쓸쓸한 미소를 보인 김 감독은 "없는 선수 타령은 그만하고 이제 여기서 어떻게 살아나가는가가 중요하다"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인천=노경열 기자 jkdroh@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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