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검증되지 않은 최 정 4번 카드 왜

왜 SK 김성근 감독은 갑작스럽게 최 정을 4번타자로 기용했을까. 최 정의 홈런장면. 스포츠조선DB

"5년 만의 최대위기"라는 김성근 감독의 말처럼 SK는 2007년 이후 최고의 위기다. 난국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락호락 당하고 있을 SK는 아니다. 김 감독은 타선의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일 넥센전부터 '4번타자 최 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동안 고정된 4번이 없었지만, "이제 최 정을 4번 타자로 키우겠다"고 했다. 지난 주 넥센전에서 2연패했지만, 최 정은 새로운 4번 타자로 연착륙했다. 4번타자로 선발출전한 2게임에서 7타수 4안타 2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합격점이다. 사실 최 정은 중심타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유신고 시절 천재타자로 이름을 날리는 등 그의 타격재능은 훌륭하다. 장타력과 함께 컨택트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올 시즌만 SK 4번타자로 실험기용된 선수는 7명이다. 최 정 역시 지난달 5일 KIA전에서 4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 볼넷 2개를 얻으며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6월까지 '최 정 4번 카드'는 검증되지 않았다. 김 감독은 검증되지 않은 카드를 실전에 올리는 것에 매우 인색하다. 중간계투를 쓰기 위해서 2군에서 철저한 테스트를 거친 뒤 1군에 올린다. 그리고 합격점을 받으면 그대로 밀고 가는 경향이 짙다.

그럼 왜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최 정을 4번 타자로 기용했을까.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 4번으로 쓸 믿을만한 선수가 없다"고 했다. 5월 중순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SK의 타격 사이클은 아직까지 침체의 늪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최동수 이호준 박정권은 4번 타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데 6월 중순부터 최 정의 타격이 업그레이드되기 시작했다. 사실 최 정은 시즌 초반 고전했다. 모든 타자들이 그렇지만, 특히 최 정은 자신의 타격 폼 변화에 민감하다. 시즌 초반 그의 타격 메커니즘은 퍼져나가는 스윙이었다. 때문에 좀 더 날카로운 스윙을 위해 타격 폼에 변화를 줬다. 스탠스를 좁혀 스윙스피드를 높히면서 대처능력을 향상시켰다.

김 감독은 "최 정은 SK 타자들 중 자신에 대해 가장 불만이 많은 선수다. 최근 그는 바뀐 타격폼에 완벽히 적응하며 완성도를 높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타격폼에 대한 민감함과 달리 외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둔감한 최 정이다. SK 코칭스태프는 "야구 자체의 집중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최 정은 해외진출 등 외부환경이 바뀌어도 자신의 야구를 할 선수"라고 했다. 사실 팀의 4번 타자는 부담이 많은 자리다. 수많은 선수들이 적응에 실패했던 SK로서는 더욱 그랬다. 그러나 최 정은 달랐다.

타격폼이 완성되면서 몸쪽 직구에 대한 엄청난 강점을 발휘했고, 4게임 연속 홈런을 쳤다. 4번 타자로 타석에 들어서도 이같은 기세는 여전하다. 갑작스러운 최 정의 4번 기용의 이유들이다.

아직 최 정의 분전이 SK를 승리로 이끌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좀 더 강력한 4번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존재로 인해 3, 5번 타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줘야 한다. 좀 더 나아가 SK의 극심한 부진의 고리를 깰 수 있어야 한다. 일단 하나의 반전카드는 마련했다. 최 정의 4번 활약이 주목받는 이유다. 류동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