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가 본 레전드] 한용덕 코치 "홈런왕 장종훈은 지독한 골초였다."

한화 장종훈. 스포츠조선 DB

지금 한국 최고의 홈런타자는 이대호다. 그리고 그 전에는 라이언킹 이승엽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시대가 오기 전까지 오랫동안 한국최고의 홈런타자로 자리매김한 선수가 있다. 바로 한화 장종훈 타격코치다. 프로야구 30주년 레전드 올스타 1루수 부문에 뽑힌 '선수 장종훈'은 92년 41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기며 한국프로야구 한시즌 최다홈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이후 2005년 은퇴 후 배번 '35'가 구단 영구결번으로 남을 정도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선수로서 그리고 코치로서 20년간 한솥밥을 먹고 있는 한화 한용덕 투수코치로부터 인간 장종훈에 대해 들어봤다.

장 코치는 탄탄한 체구와 날카로운 눈에 비해 항상 미소를 띤 얼굴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함께 전성기 이글스를 이끌었던 한 코치는 "아주 독한 사람"이라고 그를 표현했다. 물론 야구적인 측면에서다. "어렸을 때부터 봐왔지만 참 독한 친구였다"며 웃은 한 코치는 "훈련스타일이 여러 부류가 있지 않은가. 이렇게 훈련하다 안 되면 빨리 잊고 잠시 쉬다가 다시 시작하는 타입이 있는가 하면 끝까지 파고드는 타입도 있다. 장종훈은 후자였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쉬지 않고 파고들어 마침내 그런 대타자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워도 파워지만 워낙 정확하게 배트중심에 맞아 라이너성으로 뻗어나가는 장종훈 특유의 홈런타구는 이런 노력의 결과라는 것이다.

워낙 야구에만 전념한 탓일까 한 코치는 "팬들이 장종훈의 어떤 면을 궁금해할까요?"라고 되물으며 에피소드를 찾아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 나온 소재가 바로 '담배'다. 팬들은 선수들이 흡연이나 음주를 하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장종훈은 정말 골초였다"는 충격폭로(?)를 한 한 코치는 "서로 룸메이트였던 적도 많지만 정말 담배를 안 피는 순간이 없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담배를 피면서도 배트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라며 껄껄 웃었다. "그렇게 손에서 놓지 않던 담배를, 8년 전인가 갑자기 금연선언을 하더니 딱 끊어버렸다. 그리고는 정말 담배를 쳐다보지도 않더라. 정말 독하지 않은가? 장 코치가 올시즌을 앞두고 하와이 스프링캠프 때부터 '살을 빼야겠다'며 저녁을 안 먹기 시작했는데, 시즌 도중인데도 여전히 실천 중이다. 평소 성격을 생각하면 분명 다이어트에 성공할 것"이라는 뒷얘기도 밝혔다.

한 코치는 "장종훈의 손바닥을 본 적이 있나요?"라고 기자에게 물었다. 일명 '곰발바닥'으로 불리는 장종훈의 손바닥은 처음 매체를 통해 공개됐을 당시 팬들 사이에서 엄청난 화제가 됐다. 쉴새없이 배트를 휘두른 탓에 물집이 잡혔다 터졌다를 반복, 손바닥은 물론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마다 굳은살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어느 분야에나 '천재'는 있다. 하지만 진정한 1등은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서만 나온다는 것을 '홈런타자 장종훈의 손바닥'을 통해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노경열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