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쯤되면 '이용규 신드롬'이다.
KIA 톱타자 이용규가 연일 맹타를 이어가며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15일 한화전부터 11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중이던 이용규는 2일 한화전에서 '모처럼'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이용규의 거침 없는 고공행진. 그의 타격왕 행보가 심상치 않은 두가지 숨은 이유가 있다.
투스트라이크 이후 타율=0.382
투스트라이크 이후 타자는 절대 불리해진다. 삼진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차분히 기다릴 심리적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투스트라이크 이전보다 히팅존을 넓혀야 하고 그만큼 유인구에 당할 확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최고의 정확도를 자랑하는 타자들조차 투스트라이크 이후 타율은 급감한다. '어떤 공이든 맞힐 수 있다'는 타격 2위 LG 이병규조차 투스트라이크 이후 타율은 2할7푼1리에 불과하다. '현역 최고타자'이자 지난해 타격왕인 롯데 이대호도 투스트라이크 이후 타율은 3할4리로 높은 편이지만 자신의 3할6푼5리에는 한참 못 미친다. 2008년 타격왕 두산 김현수는 투스트라이크 이후 2할2리로 자신의 타율(0.309)보다 1할 이상 낮다. 2009년 타격왕인 LG 박용택도 투스트라이크 이후 2할3푼으로 역시 2할9푼5리의 시즌 타율에 못 미친다.
반면, 이용규는 투스트라이크 이후 타율이 무려 3할8푼2리로 자신의 시즌 타율과 비슷한 고타율을 기록중이다. 특히 2-1과 2-2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각각 4할5푼5리와 4할4푼4리의 맹타를 기록해 눈길을 끈다.
'출루'가 지상과제인 톱타자로서 투스트라이크 이후 위축됨 없이 타격을 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볼을 많이 보며 볼넷 등 출루 기회를 높일 여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신공에 가까운 컨택트 능력을 보여주는 수치. "올시즌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어떤 공이든 맞힐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여유가 생겼다"는 본인의 설명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주는 지표다.
투수 유형과 무관한 잡식성 히터
이용규의 분명한 장점은 또 한가지가 있다. 투수 유형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히터'란 점이다. 4일 현재 이용규는 우투수를 상대로 3할9푼의 타율을 기록중이다. 언더스로우 투수에게 3할8푼5리로 엇비슷했다. 중요한 사실은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는 좌투수를 상대로도 3할6푼5리의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좌투수 상대 출루율은 4할4푼1리로 잠수함 투수를 상대로 한 출루율(0.429)보다 오히려 높다. 무리하게 잡아당기는 스윙이 아니라 특유의 짧게 밀어치는 타구가 왼손 투수의 투구 궤적과 타이밍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쯤되면 이용규 앞에서 좌완 릴리프를 기용할 실익이 사실상 없어지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대 에이스급 투수들과의 상대 성적도 꿀림이 없다. SK 김광현을 상대로 5타수3안타, 정우람을 상대로도 2타수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두산 김선우에게는 3타수3안타로 '천적'으로 군림했다. "이용규가 가장 힘들다"고 고백한 니퍼트를 상대로는 6타수2안타 1타점, 2볼넷. 롯데 장원준에게 3타수2안타에 송승준(9타수5안타 3타점), 고원중(9타수3안타)로 두루 강했다. 넥센 나이트에게 3타수2안타, LG 박현준에게 3타수1안타, 주키치에게도 5타수2안타로 강했다.
이용규가 아직 극복하지 못한 에이스는 딱 한명, 한화 류현진(7타수무안타) 뿐이다. 물론 류현진에게도 삼진으로 물러난 적은 단 한차례도 없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