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1군에서 던질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메이저리그의 화려한 경력을 뒤로 하고 32세의 나이에 일본 2군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혹시 힘을 빠지게 하는 건 아닐까. 그러나 김병현은 "어디에 있어도 똑같다. 항상 자신을 가지고 던지고 있으니까"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지금 김병현의 1군 승격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사실 구위나 성적이 아니다. 외국인선수의 엔트리 인원수 문제다. 일본 프로야구의 경우 용병의 1군 등록 정원은 4명이고, 동시에 출전할 수 있는 인원은 3명까지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김병현이 1군 무대에서 던지려면 다른 용병이 엔트리에서 빠져야 한다.
김병현은 이에 대해 "스파이어도 미국에서 여기까지 왔으니 좋은 성적을 남겨야 한다. 그가 내려오는 것보다 나 스스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차분한 모습으로 말했다. 이어 2군 경기에서는 상대 타자들을 잘 막을 자신이 있는지 묻자 웃는 얼굴로 지체없이 "물론"이라고 답했다.
지난 1일 세이부전에서 김병현은 1이닝 동안 5명의 타자를 맞이해 2안타를 허용했지만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날 직구 최고 스피드는 146㎞였다.
김병현의 피칭에 대해 다카무라 투수코치는 "그의 매력은 역시 직구다. 봄에는 힘을 들여 던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좋은 공을 던지고 있다. 2군 선수들이라도 공을 맞히는 능력은 갖고 있다. 그런 점을 이해하고 변화구를 대충 제구할 때와 정확히 제구할 때를 가려서 조절할 수 있으면 더 좋아질 것이다."
그날 김병현 경기를 참관했으며, 감독 경험도 있는 한 구단의 스카우트 담당자는 "직구가 빠르다. 완급 조절이 없다는 점과, 계속 같은 타이밍으로 던진다는 단점은 있지만 낮은 코스로 제구되면 내야땅볼을 유도할 수 있다"고 김병현의 투구를 분석했다.
김병현은 2일과 3일에도 등판해 각각 1이닝, 1⅔이닝을 던져 무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첫 3게임 연투였다. 보통 이런 식의 등판 리듬은 1군 승격 직전의 기용법이다.
"1군에 올라간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1군 승격을)내가 결정하는 건 아니니까"라고 미소지으며 말하는 김병현. 그는 1군에 갈 준비를 벌써 완료한 상태다. 남은 것은 다른 용병과의 부드러운 교체 타이밍이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