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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진우가 숙제를 받아 들었다. 직구 제구력 회복이다.
특이한 점이 있었다. 복귀 후 이날 등판 전까지 김진우의 최대 소화 이닝은 1이닝. 동점 상황 등판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5번째 등판에서 가장 힘든 상황을 부여한 셈. 7회를 투구수 10개만에 깔끔하게 삼자 범퇴로 돌려세운 김진우는 2번째 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아쉬웠던 결과. 이유는 직구 제구력 불안에 있었다.
파워 커브에 의존한 피칭의 한계
김진우는 주력 구종은 직구, 커브, 슬라이더다. 복귀 후 완성도가 가장 자신있는 구종이 주무기인 파워커브, 가장 자신 없는 공이 빠른 직구다. 120km 후반대의 빠른 커브 각도는 여전히 위력적이다. 제구도 괜찮다. 반면 직구는 릴리스 포인트가 이상적인 위치보다 뒤에서 형성돼 전체적인 제구가 높은 탄착점을 형성한다. 그렇다고 전성기 때처럼 150km를 넘나드는 스피드와 볼끝을 회복하지 못했다.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 커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첫 타자 최진행에게 변화구 승부 끝에 허를 찌르는 직구로 범타를 유도한 김진우는 가르시아에게는 커브만 던져 땅볼 타구를 유도했다. 신경현에게도 변화구 이후 직구 승부로 땅볼 타구를 솎아냈다.
8회 1사후 한상훈에게 높은 직구를 넣다 좌전안타를 허용한 후 김진우는 변화구에 기댔다. 이대수에게 슬라이더를 넣다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강동우를 빗맞은 내야안타로 출루시켜 1사 만루에 몰린 뒤 이여상을 맞은 김진우의 선택은 결국 커브였다. 작심한듯 초구부터 커브를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선 이여상의 노림수와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 초구 124km 커브가 좌월 적시 2루타로 이어졌고 김진우는 아쉬운 표정 속에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실험의 성공 여부는 직구 제구력
KIA 벤치는 김진우를 놓고 중요한 '실험'을 하고 있다. 일찌감치 1군에 끌어올린 이유는 "어차피 1군에서 쓸 선수인만큼 조금이라도 빠르게 투구 밸런스를 찾고 1군에 적응을 하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김진우는 실전 감각 회복을 위해 거의 매 경기 경기 후반 몸을 푼다. 김진우는 남들보다 많은 불펜 대기에 대해 "저로써는 감사하고 좋은 일이죠"라며 씩 웃는다. 빠른 적응에 대한 강렬한 의욕이다.
조금씩 등판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김진우의 성공적 부활 여부는 직구 제구력에 달려 있다. 2일 한화전처럼 경기를 책임져야할 무거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빠른 직구 부활이 필수다.
더 좋은 볼끝과 스피드보다 우선 과제가 로케이션이다. 현재보다 볼 2개쯤 낮아져야 한다. 직구가 살아야 특유의 파워커브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상대 타자가 직구에 부담감을 느껴야 필살기인 커브를 노려칠 수 없게 된다.
아직 김진우에게는 많은 시간이 있다. 어쩌면 지금은 덤으로 얻은 1군 경험이다. 4년여의 오랜 공백을 감안하면 현재의 페이스도 놀랄 정도로 빠르다. 그가 특유의 빠른 직구를 살려내는 순간, 그의 피칭은 180도 달라질 것이다. 김진우 개인이나 KIA의 올시즌 농사와도 직결될 포인트, 바로 직구 제구력에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