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의 추락이 끝이 없다. 시즌 첫 5연패다.
더욱 큰 문제는 전혀 'SK다운 경기'를 펼치지 못하는데 있다. SK의 가장 특징적인 팀컬러는 응집력과 끈질김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모습이 온데간데 없다.
강점 속에 내포된 약점
한 경기 통상 2~3차례 찾아오는 승부처를 극복하며 경기흐름을 유리하게 이끌고 갔다. 타격은 약했지만, 강한 위기관리능력 때문에 점수를 쥐어짜내면서 결국 접전 끝에 이기는 것이 SK의 전형적인 승리방식이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팀들은 "막상 붙어보면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결국 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곤 했다.
SK 강함의 원동력은 수준이 다른 위기관리능력이었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었다. 다양한 상황에서 기용할 수 있는 튼튼한 중간계투, 경험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수비진, 상황에 맞는 작전과 용병술을 쓰는 코칭스태프의 힘이 어우러진 결과. 때문에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선발에 의존하지 않는 극단적인 변형야구를 펼쳐도,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이 붕괴됐어도 버틸 수 있었다. 타선이 강하면 좋겠지만, 약해도 그렇게 치명적이진 않았다. 승리에 필요한 3~4점만을 뽑으면 그 점수 이하로 막을 수 있는 많은 방법이 SK에는 존재했다. 이런 SK의 야구는 상대를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고, SK의 행보는 더욱 탄력을 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SK의 약점은 명확했다. 객관적인 전력의 강함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없었고, 경기흐름을 한 번에 돌릴 수 있는 투, 타 에이스의 영향력이 최소화됐다.
드디어 터진 아킬레스건
SK 전력의 핵심은 중간계투다. 그리고 그들의 위력을 극대화시키는 기폭제는 SK 김성근 감독과 포수 박경완이었다.
김 감독은 당일 컨디션, 타자별 맞대결 데이터 등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하며 적재적소에 투수교체를 했다. 박경완은 이런 김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 그라운드에 반영시켰다. 두 사람 모두 철저하게 상대를 연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
그런데 올 시즌 박경완은 아킬레스건 수술로 아직까지 그라운드에 복귀하지 못하는 상황. 아직 복귀시기는 불투명하다. 그래도 SK는 완충역할을 할 수 있었던 또 다른 포수 정상호가 있었다. 김 감독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 시범경기까지 정상호의 백업포수를 찾는데 전력을 다했다. 잔부상이 많은 정상호가 빠질 경우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이재원은 군에 입대했고, 최경철 김정훈은 기량이 부족했다. 때문에 포수 마스크를 벗은 지 10년이 된 최동수를 실험하기도 했다.
시즌 초반 근근히 버텼지만, 악재는 겹쳐서 왔다. 정상호는 벤치를 지키는 횟수가 잦아졌고, 설상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마저 붕괴됐다. 여기에 항상 지적됐던 SK 타선의 약점까지 드러났다.
탈출구없는 SK, 어떤 대책이?
최근 4경기에서 SK가 기선을 제압한 적이 없다. 계속 끌려다니는 경기를 했다.
불의의 홈런으로 어이없이 기선제압을 당하거나, 실점찬스에 꼬박꼬박 적시타를 허용한다. 한화 가르시아의 3점홈런을 허용하면서 SK 김성근 감독은 "포수의 볼배합이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넥센과의 2경기에서는 승부처에 항상 위기를 넘기지 못했다. 특히 2일 2차전에서는 2회 2사, 3회 2사 이후 득점을 허용하면서 너무나 허약해진 위기관리능력을 드러냈다.
박경완의 부재가 핵심이긴 하지만 100% 원인은 아니다. 김광현이 에이스로 굳건했다면, 정상호가 건강했다면, 기존 타자들이 잔부상을 겪지 않았다면 최악의 상황은 면했을 것이다. 4년 동안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 축적된 힘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조건이 SK를 빗겨갔다.
어떻게 보면 SK는 현재 해법이 없는 셈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어떻게든 탈출구를 찾고 싶어한다. 때문에 부상으로 빠진 포수 정상호의 정신력을 질타함과 동시에 기존 타자들을 자극하는 '최 정의 4번타자 기용'을 내세웠다. 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사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 이런 부작용들은 예측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SK는 전혀 전력보강이 없었다.
이제 SK는 벼랑끝에 몰렸다. 변수는 있다. 김광현과 박경완의 복귀, 그리고 짐 매그레인의 퇴출시기에 따른 용병의 보강 등이 남아있다. 하지만 현재만 보면 SK의 추락은 끝이 없어보인다. 자칫 4강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목동=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