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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주말리그제, 무엇이 문제인가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1-06-30 13:49


(서울=연합뉴스) 올해부터 고교야구 주말리그제가 시작됐다. 사진은 지난해 주말리그제 관련 기자회견 모습.


누굴 위한 주말리그인가.

고교야구 주말리그제는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야구협회가 '공부하는 학원 스포츠'라는 취지를 내세우며 올해 처음 시행한 제도다. 전국을 8개 권역으로 나눠 6개 또는 7개의 팀을 배정했다. 또한 공식 대회는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에만 열린다. 주중에는 학교에서 일반 학생들과 함께 정규 수업을 듣고, 방과 후에 훈련을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에이스 투수 한 명만 있으면 OK?

일단 주말리그제 시행으로 고교야구대회 수가 줄어들었다. 지난해까지 각 팀은 총 8개의 고교야구 선수권대회(소년체전 제외) 중 최소 5개 대회에 출전했다. 전국대회는 황금사자기, 청룡기나 대통령배 중 한 대회, 그리고 봉황기. 이렇게 세 대회에 참가했고, 중간중간에 지방대회 2개 정도를 소화했던 것.

하지만 올해 전국대회는 두 차례만 예정돼 있었다. 동일 권역에 소속된 팀끼리 겨루는 전반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팀이 황금사자기 겸 전반기 왕중왕전을 치르고, 후반기에는 다른 권역의 팀과 겨룬 뒤 청룡기 겸 후반기 왕중왕전을 갖는 것.

현장에서는 경기수가 적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또한 1주일에 한 경기만을 치르기 때문에 베스트 멤버만 출전해도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전반기 왕중왕전이었던 황금사자기를 보자. 충암고 에이스 변진수는 대회 5경기를 모두 완투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비단 충암고만의 일이 아니다. 팀의 2,3선발 투수는 등판 기회가 아예 없어졌다. 지난해에는 한번 대회에 돌입하면 연일 경기가 계속되기 때문에 투수가 많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여유가 없다. 감독 역시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성적을 내야만 많은 경기를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천안북일고 이정훈 감독은 "최근 선수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기회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선수들이 의욕을 잃은 모습이다"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곧이어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꿈과 희망을 갖고 운동만 하는 아이들인데…"라며 "야구인들이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공부를 시키자는 취지에 공감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100% 준비되지 않은 주먹구구식 행정

현장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오자, 대한야구협회는 이해하기 힘든 대안을 내놓았다.

바로 세 번째 전국대회인 대통령배 대회 참가 자격을 전반기 권역별 리그 1위팀, 후반기 광역별 리그 1위팀, 그리고 전국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나머지 팀으로 정한 것. 최강자 두 팀과 하위권 팀들이 맞붙게 된 형국이다. 협회 측은 이에 대해 "현장(고교 팀)에서 요청이 온 부분이다. 전무이사 회의를 거쳐 6월8일에 승인됐다"고 밝혔다.

도입 첫 해임을 감안했을 때, 시행 착오는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지도자는 물론 학부모, 학생들도 주말리그 도입 취지에 대해 공감 못하는 것이 아니다. 시행 단계가 잘못됐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이미 프로행이나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고 운동에 몰두했던 3학년 선수들은 당장 올해 실험대 위에 올랐다. 앞서 말했듯 팀의 2,3선발급 투수들은 갑작스레 기회를 박탈당했다.

협회는 "시행 첫 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답했다. 시즌을 마친 뒤에는 용역을 줘 문제점에 대해 연구·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학부모들은 야구만 알고 살아온 자식들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청소년 인권 침해와 체육 학습권 보장을 들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까지 한 상황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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