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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든든. 삼성 류중일 감독의 행복한 고민(?)

노경열 기자

기사입력 2011-06-30 18:40


삼성 류중일 감독. 스포츠조선 DB


본인은 '고민'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용을 들어보니 '행복한 고민'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넘치는 예비군들 때문에 고민이다. 2군에서 올라올 선수는 많은데 딱히 1군에서 빼야될 선수가 없는 것이다.

류 감독은 30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고민에 빠져있다"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정규시즌 1위에 오른지 겨우 이틀째에 고민이 있다고 하니 취재진들의 시선이 한번에 모인 것은 당연지사. 잠시 뜸을 들인 류 감독은 "대구에 내려갔을 때(7월1일~3일 롯데전을 의미) 채태인이나 강봉규를 엔트리에 합류시키려고 생각 중인데 누구부터 올릴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이유를 밝혔다. 시즌 초반 어지럼증을 호소해 2군에서 컨디션을 정상으로 만드는데 집중했던 채태인과 시범경기 중 왼손엄지 골절을 당했던 강봉규는 이제 모두 몸상태가 좋아져 2군경기에 나서며 타격감을 조율 중이다. 류 감독이 보고받은 바에 의하면 두 선수 모두 타격감이 좋아 언제든지 1군에 합류해도 되는 상태. 한창 잘 나가고 있는 삼성에 주전 두명이 돌아올 수 있다면 분명 좋은 소식이다.

그런데 이들이 돌아오는 대신 누가 빠지느냐가 진짜 고민이었다. "채태인이 돌아오면 1루수가 너무 많다. 그렇다고 채태인을 지명타자로 활용할 경우 상대 선발이 좌완이냐 우완이냐에 따라 모상기와 번갈아 나가게 돼 둘 다 반쪽 선수가 된다"고 설명한 류 감독은 "그렇다고 강봉규가 오면 외야에 지금 잘 하고 있는 배영섭과 또 겹친다. 둘 중 한명은 선발로 못 나가는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포지션 경쟁을 시키기 전에 누구를 내려보내야 하는가부터 문제다. 삼성은 현재 조영훈, 모상기, 손주인 등 백업멤버들이 1군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주전들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5월말부터 피치를 올려 1위에 오른 것 역시 이들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전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특별히 나쁜 곳 하나 없는 백업멤버들을 빼기도 곤란한 것이다.

류 감독이 이렇게 말하자 덕아웃에서는 순간 웃음이 터졌다. 다른 팀 감독이 들었다면 정말 부러워할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시즌 중반 1위에 오른 삼성의 저력은 바로 이런 전력의 두터움 때문은 아닐까.
잠실=노경열 기자 jkdroh@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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