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정재훈 로페즈 동반 삐끗, 과연 우연일까?

등 근육통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한화 류현진. 김재현 기자 [e-mail]

어깨 인대손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두산 정재훈. 전준엽 기자 [e-mail]

로페즈는 28일 롯데전에서 손가락 끝에 통증을 느껴 5이닝만에 조기 강판된 뒤 상경해 정밀 진단을 받았다. 부산=전준엽 기자 [e-mail]

한화 에이스 류현진과 두산 마무리 정재훈이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나란히 지난 28일 '오랜만의' 등판 직후 문제가 발생했다. 류현진은 인천 SK전에 선발로 나선 뒤 등 근육통을 호소했다. 정재훈 역시 같은날 목동 넥센전에 구원 등판한 직후 어깨 인대 미세 손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비록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KIA가 자랑하는 '이닝 이터' 로페즈도 같은날 롯데와의 부산 경기 도중 검지 손가락에 찌릿한 통증을 호소해 5이닝만에 조기 강판하고 다음날 상경해 정밀 진단을 받았다.

장마철, 오랜만에 열린 경기에서 나란히 '이상'을 호소한 특급 투수들. 우연의 일치라고 치부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측면이 있다.

우천 취소 속에 부지불식간 풀린 긴장감

세 투수의 등판 간격을 살펴보자. 류현진은 지난 19일 대전 두산전 이후 9일만에 선발 등판했다. 박빙의 승부에서 뻔질나게 마운드를 오르내리던 정재훈 역시 지난 23일 부산 롯데전 이후 5일만의 등판이었다. 로페즈도 21일 광주 SK전 이후 7일만에 오른 마운드였다. 장마로 인한 우천 취소의 영향 탓이었다.

장마철은 통상 투수에게 유리하다고 한다. 지쳤던 어깨를 쉬고 힘을 비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자들도 휴식을 통해 체력을 보충할 수 있지만 타격감각 유지라는 측면에서 투수보다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무작정 긴 휴식이 투수들의 몸에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투수의 몸은 타자에 비해 훨씬 예민하고 기능적이다. 팔과 허리, 하체 등 몸 전체를 이용해 인간이 던질 수 있는 최대 한도로 빠른 공을 던지기 위해 힘을 한곳에 모아 폭발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비로 경기가 취소되면 시즌 내내 팽팽하게 유지하는 투수들의 몸과 마음은 부지불식 간에 긴장이 풀리기 쉽다. 조심해야 할 시점이다. 이완된 근육이 갑작스럽게 순간적인 힘을 폭발시켜야하는 실전 마운드에 올랐을 때 이상 징후가 발견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실내 불펜과 야외 마운드의 미세한 차이

비가 오면 투수들은 실내로 들어가 불펜 피칭을 하며 컨디션을 조절하게 된다. 돔구장 등 실내 불펜 피칭이 보편화돼 익숙해진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야외 불펜이 많은 한국의 경우 시즌 중 실내에서 많은 피칭을 할 기회가 원천봉쇄 돼있다.

비로 인해 시즌중 환경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내와 야외 불펜의 차이는 의외로 크다. 공기가 다르고 소리가 다르다. 이 차이가 큰 결과 차이를 부를 수 있다.

투수 전문가인 MBC 스포츠+ 양상문 해설위원은 "실내 불펜에 적응이 안돼 있으면 밸런스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내에서는 워밍업 등 준비가 충분치 않아도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사전 준비를 소홀히 할 수 있다. 또한 실내에서는 포수 미트에 부딪히는 소리가 뻥뻥 나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오버 페이스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실내 피칭 후 야외의 실전 마운드에 서면 '혹시 내 공에 위력이 없나'하는 불안감에 더 세게 던지려다 밸런스가 흐트러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 위원은 "류현진 정재훈 로페즈가 같은날 이상을 느낀 것은 그야말로 우연의 일치일 수 있다. 하지만 장마로 인한 오랜 등판 간격으로 안한 이상 신호가 될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부산=정현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