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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점 되는 순간 이길 것 같았다."
모상기냐 조영훈이냐.
28일 LG전에서 승부의 분수령은 2-3으로 뒤진 9회초 1사 만루 때 나온 모상기의 중견수 희생플라이였다. 1사 2, 3루 상황이 되자 LG는 최형우를 고의4구로 내보내는 대신 신예 모상기와의 승부를 택했다. 한방이 있는 타자지만 아직은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것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상기는 보란듯이 볼카운트 2-1에서 희생플라이를 때려냈고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류 감독은 "최형우에게 고의4구가 걸리는 순간 모상기냐 조영훈이냐를 두고 수석코치와 의논을 했다. 수석코치는 '훈련 때 조영훈이 조금 더 좋았다'고 하더라. 마침 LG 덕아웃에서 마운드로 사람이 올라가는 걸 봤다. 그래서 임찬규로 교체하면 조영훈으로, 아니면 모상기 그대로 내보내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LG는 결국 이상열을 그대로 마운드에 뒀고 류 감독 역시 모상기를 그대로 밀어부쳐 기어이 동점을 만들어냈다. "동점 되는 순간 이길 것 같았다. 안지만, 권오준, 오승환도 있었고 배영수도 대기 중이었다"는 것이 류 감독의 증언이다.
기쁘지. 기쁘고 말고.
류 감독은 전날 승리 직후 "시즌 중 1위에 오른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차근차근 준비할 것"이라는 다소 심심한 소감을 밝혔다. 평소에도 유쾌한 모습을 자주 보이는 만큼 좀 더 화끈한 소감을 기대한 것도 사실. 하지만 다음 날은 역시 달랐다. 시종일관 표정이 밝았기 때문이다. "기분이 좋았을텐데 소감이 너무 심심했다"는 취재진의 말에 류 감독은 "기쁘지. 기쁘고 말고"라며 활짝 웃은 뒤 "와이프는 보통 경기 끝나고 전화했을 때 목소리만 듣고 이겼는지 졌는지 안다. 어제 딱 전화하니 '목소리가 들떠있네?'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류 감독은 "오늘 코치들과 점심을 먹으면서도 얘기했지만 지금 이렇게 우리가 잘 하고 있는 것은 코치들이 선수들 관리도 잘 하고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부상 없이 꾸준히 잘 해주고 있다"고 말한 뒤 "보통 잘 되면 스포트라이트가 감독에게 집중되는데 난 우리 코치들과 선수들이 칭찬받았으면 좋겠다"며 공을 돌렸다.
야신을 넘었다? 절대 아니다.
삼성이 1위에 오른 것은 절대 내려오지 않을 것 같던 SK를 넘었기 때문이다. 항간에서는 '야통이 야신을 넘었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평가에 류 감독은 손사래를 쳤다. "어떻게 나를 김성근 감독님과 비교할 수 있나. 아직도 SK 야구를 보면 내가 몰랐던 플레이, 배워야만 하는 플레이들이 많이 나온다"는 류 감독은 "김 감독님은 스승님이다. 내가 야신을 넘은 것이 아니라 삼성이 시즌 잠시 SK를 넘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스로를 낮췄지만 역시 승부는 승부다. "아직 시즌 중반 밖에 안 됐다. 마음 같아서는 어제 경기가 시즌 마지막 경기였으면 좋겠다"며 웃은 류 감독은 "7월에만 SK와 3연전이 두 번 잡혀 있다. 이 경기가 전반기 분수령이 될 것 같다. 당분간은 우리와 SK, KIA가 서로 팽팽한 대결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잠실=노경열 기자 jkdroh@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