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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의 숨은 원동력 '딸바보'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6-29 11:29


한화 가르시아가 28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와 경기에서 4회 SK 송은범을 상대로 우월 투런 홈런을 날렸다.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의 응원에 손을 들어 답례하는 가르시아.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2011.6.28

역시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는 법은 없었다.

가르시아가 한화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안팎으로 가르시아를 신나게 하는 요소들이 포진해 있으니 방망이가 신바람을 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가르시아는 집으로 가나, 선수단에 합류하나 웃을 일만 넘친다고 말한다. 입단한 지 20일 밖에 안됐지만 놀라울 정도로 빠른 적응력이다.

가르시아는 벌써부터 '딸바보'

가르시아는 롯데 시절부터 가정적이기로 유명했다. 왼쪽 팔뚝에 부모님을, 오른쪽 어깨에 두 아들의 모습을 문신으로 새겨놓을 정도다. 그런 그에게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딸바보'아버지 신드롬이 전염된 모양이다. 현재 대전에서 함께 살고 있는 아내 데니스(27)는 임신 5개월. 가르시아가 입국한 지 5일 만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따라들어와 남편을 내조할 정도로 열성파다. 그런 그녀가 뱃속에 담고 있는 '가르시아 주니어'가 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태아 성감별이 한국처럼 엄격하지 않기 때문에 미리 알 수 있었다. 가르시아는 딸도 얻을 수 있게 됐다며 연일 싱글벙글이다. 그래서인지 가르시아의 가장 중요한 휴식 일과는 아내와 놀아주기다. 대전에서 가르시아는 '땡돌이(퇴근하면 곧바로 정확한 시간에 집으로 달려가는 남자를 이르는 말)' 생활을 한다. 대전 시내 백화점에서 쇼핑도 하고, 그곳에 딸린 영화관에서 영화 감상을 하며 아내의 태교를 돕는다는 게 통역 담당 허승필씨의 전언이다. 아들을 두고 있던 터라 태어날 아기가 딸이라서 더욱 애지중지한다는 것. 28일 인천 원정경기에서도 아내를 데리고 올 정도로 아내와 딸 사랑에 듬뿍 빠졌다. 데니스는 다음달 초 출산 준비를 위해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 빈자리 때문에 가르시아가 의기소침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의 홀어머니가 '대타'로 투입된다.

한화의 맞춤형 선수다

가르시아의 한화 구단 적응속도는 가히 KTX급이다. 입단 초기에는 주장 신경현과 함께 팀내 최고령(36)이라는 이유로 국내 선수들이 예우 차원에서 다소 대면대면했지만 지금은 한 3년 동고동락한 사이 같다. 우선 가르시아가 대전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가르시아는 이미 한대화 감독과 선수단에 충성맹세(?)를 했다. 계약기간은 올시즌까지이지만 앞으로 또 기회가 생긴다면 롯데가 아닌 한화를 선택하겠다고 말이다. 자신의 최고의 선수로 인정해주고 그렇다고 외국인이라고 따돌리지 않는 시골장터같은 선수단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기 때문이란다. 여기에 대전구장이 규모가 작아서가 아니라 왠지 기분좋은 예감이 자꾸 들어서 힘이 난다는 게 가르시아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가르시아를 더욱 신나게 하는 것은 류현진이다. 가르시아는 롯데 시절 한국 야구를 경험해 본 결과 가장 두려운 투수가 류현진이었다. 가르시아는 "그런 류현진이 내가 상대해야 할 적이 아니라 우리 팀을 위해서 마운드에 오르는 걸 보니까 걱정이 사라진다"고 말한다. 28일 SK전에서 결승 투런포로 일등공신이 된 뒤 "선발 류현진의 SK전 첫 승리를 도울 수 있어서 더 좋았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가르시아는 "외국인 선수에게 먼저 말걸고 농담하는 한대화 감독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가르시아와 한화는 영락없이 찰떡궁합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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