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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의 에이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김광현(23)은 23일 광주 KIA전에서 147개를 던졌다. 개인 최다다. 그런데 8이닝, 8실점으로 개인 최다타이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김광현을 바꿔주지 않았다. 승부처에서 과감하게 선발을 바꾸던 모습이 아니었다. 급기야 24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올 시즌 두번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광현의 경기력을 회복하기 위한 일환이다. 이유가 있다.
작년 5월11일로 돌아가보자. 당시 김광현은 롯데전 선발로 나서 3⅓이닝 8실점으로 난타당했다. 경기가 끝난 뒤 김 감독은 "사실 경기만 아니면 김광현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던지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당시에는 경기가 급했다. 4회까지 11-10으로 앞서고 있었고, 결국 정우람으로 교체했다. SK는 21대1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23일은 달랐다. 5회 KIA 김상현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며 2-6으로 뒤지는 순간 패색이 짙었다. 뒤집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필승계투조를 교체하기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중간에 강판시키면 김광현을 회복시킬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없었다.
여기에서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김 감독은 김광현이 어떤 상태이길래 끝까지 완투를 시켜야 밸런스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걸까.
김광현은 지난 시즌에도 다소 안정감이 떨어지긴 했지만 이 정도로 들쭉날쭉하진 않았다. 기본적으로 시즌 전 안면마비 이후 실전적응이 떨어진 부분이 시즌 초반 부진의 원인이었다. 투구밸런스는 잡히지 않았고, 정교한 제구력과 경기운영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김광현으로서는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지난 4월22일 김 감독은 김광현에게 무려 221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하지만 쉽게 밸런스를 찾을 수 없었다. 잃어버린 자신감이 문제였다. 양상문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시즌 초반 꼬이면 투수들은 자신감을 잃어버린다. 그러면 좀 더 세게 던져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팔스윙을 과도하게 가져가 투구밸런스가 무너지고 오히려 구위가 떨어진다"며 "김광현이 이런 케이스다. 세게 던지려다보니 직구 구위가 떨어지고 슬라이더로만 승부하려 한다. 그러나 그 슬라이더도 오히려 제구력이 잡히지 않고 무뎌진다"고 했다.
김 감독도 5월27일 삼성전에서 김광현이 1⅓이닝 6실점으로 부진한 투구를 한 뒤 "김광현이 '내 볼이 왜 이러지'라는 의문 속에서 던지는 것 같다. 실전을 통한 자신감, 그 속에서 밸런스를 찾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페넌트레이스 뿐만 아니라 포스트 시즌에서도 SK는 '평범한 김광현'이 아닌 '에이스 김광현'이 필요하다. 김광현의 기본적인 능력이 사라진 게 아니다. 구위는 여전히 살아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변수로 인해 실전 속에서 발현될 수 있는 구위는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김 감독은 147개의 투구 이후 김광현에게 2군행을 지시했다. '김광현 살리기'가 다시 한번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