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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이 밝힌 반격, 그 선봉장 J-J포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1-06-23 11:26


올 시즌 최 정이 말했던 'J-J포'가 만들어질까. 박정권(가운데)이 홈런을 친 뒤 최 정과 하이파이브하는 장면. 스포츠조선DB

혹독했던 올해 SK 오키나와 전지훈련 때 일이다. 당시 시범경기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SK 김성근 감독은 선수단 전체 야간훈련을 소집했다. 부진했던 최 정에 대해 "넌 배로 뛰어"라고 엄하게 말했다.

그러자 최 정은 "네? 배로 뛰라구요"라고 반문했다. 주위에 선수들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최 정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주위 선수들에게 "어떻게 배로 뛰지"라고 물었다.

하늘같은 김 감독의 지시에 불만을 터뜨린 게 아니었다. 남들보다 두 배로 뛰라는 것을 신체부위인 배로 뛰라는 말로 잘못 알아들었다. 보통 선수들 같으면 만약 착각했더라도 "네"라고 말한 다음 살그머니 팀동료들에게 물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최 정은 머리 속에서 그런 계산을 하는 타입이 아니다. 결국 김 감독은 "아~ 최 정 정말 바보"라며 슬며시 미소지었다는 후문. 지옥훈련의 청량제와 같았던 에피소드다.

현장에서 보는 최 정은 순진무구 그 자체다. 야구에 대해서는 철두철미하지만 분위기나 주위에 대한 신경은 거의 쓰지 않는다. 다소 어수룩한, 때로는 4차원의 발언도 한다. 때문에 SK 코칭스태프들은 "공수의 밸런스가 좋은 최 정은 해외에 진출해도 주위 변수에 대해 둔감하기 때문에 잘 적응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지난 시즌 KIA전에 앞서 최 정은 취재진에게 뜬금없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거두절미하고 박정권과 자신을 가리키며 "J-J포 한 번 만들어주세요"라고 말했다. 2009년 프로야구계에 돌풍을 일으킨 C-K포(최희섭-김상현)에 빗대 박정권과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딴 'J-J포'를 만들어달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옆에 있던 박정권은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야 그냥 훈련이나 하러가자. 둘이서 각각 최소 20개의 홈런은 쳐야 그렇게 만들 수 있지"라고 농담섞인 타박을 주기도 했다.

지난 주말 잠실 LG와의 3연전 동안 김 감독은 "이제 정말 SK 야구가 나온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동안 선수들의 잔부상과 외부변수로 펼치지 못했던 SK 전력의 진가가 나올 거라는 예상.

그리고 선두 SK를 위협하고 있는 KIA와 21일 광주에서 마주쳤다. KIA의 선발은 에이스 로페즈. SK는 0-3으로 뒤진 6회 박정권의 3점홈런으로 순식간에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8회 로페즈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최 정의 투런홈런이 터졌다.

그동안 SK의 유일한 약점은 타선의 파괴력이었다. 승부처에서 확실한 장타자가 없다보니 강한 투수력과 함께 점수를 쥐어짜내는 접전상황의 승리로 페넌트레이스 선두를 힘겹게 유지했다.


올 시즌 박정권과 최 정은 팀내 최다인 8개의 홈런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홈런 개수가 아니라 승부처에서 터져나오는 영양가있는 장타다.

김 감독이 SK의 반격을 선언한 다음날, 'J-J포'가 위력적인 홈런을 앞세워 선봉에 섰다. 올 시즌 'J-J'포가 생긴 원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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