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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했던 올해 SK 오키나와 전지훈련 때 일이다. 당시 시범경기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SK 김성근 감독은 선수단 전체 야간훈련을 소집했다. 부진했던 최 정에 대해 "넌 배로 뛰어"라고 엄하게 말했다.
현장에서 보는 최 정은 순진무구 그 자체다. 야구에 대해서는 철두철미하지만 분위기나 주위에 대한 신경은 거의 쓰지 않는다. 다소 어수룩한, 때로는 4차원의 발언도 한다. 때문에 SK 코칭스태프들은 "공수의 밸런스가 좋은 최 정은 해외에 진출해도 주위 변수에 대해 둔감하기 때문에 잘 적응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지난 시즌 KIA전에 앞서 최 정은 취재진에게 뜬금없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거두절미하고 박정권과 자신을 가리키며 "J-J포 한 번 만들어주세요"라고 말했다. 2009년 프로야구계에 돌풍을 일으킨 C-K포(최희섭-김상현)에 빗대 박정권과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딴 'J-J포'를 만들어달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옆에 있던 박정권은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야 그냥 훈련이나 하러가자. 둘이서 각각 최소 20개의 홈런은 쳐야 그렇게 만들 수 있지"라고 농담섞인 타박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선두 SK를 위협하고 있는 KIA와 21일 광주에서 마주쳤다. KIA의 선발은 에이스 로페즈. SK는 0-3으로 뒤진 6회 박정권의 3점홈런으로 순식간에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8회 로페즈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최 정의 투런홈런이 터졌다.
그동안 SK의 유일한 약점은 타선의 파괴력이었다. 승부처에서 확실한 장타자가 없다보니 강한 투수력과 함께 점수를 쥐어짜내는 접전상황의 승리로 페넌트레이스 선두를 힘겹게 유지했다.
올 시즌 박정권과 최 정은 팀내 최다인 8개의 홈런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홈런 개수가 아니라 승부처에서 터져나오는 영양가있는 장타다.
김 감독이 SK의 반격을 선언한 다음날, 'J-J포'가 위력적인 홈런을 앞세워 선봉에 섰다. 올 시즌 'J-J'포가 생긴 원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