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주키치의 공, 왜 치기 어려울까?

LG 주키치는 생소함을 무기로 국내 타자들을 요리하고 있다. 17일 잠실 SK전에서 역투하고 있는 주키치.
송정헌 기자 [e-mail] 2011.6.17

생소함, 그만한 무기가 없다.

LG의 좌완 용병 주키치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시즌 14경기에 선발 등판해 5승3패에 방어율 3.39를 기록중. 주키치는 시즌 전만 해도 160㎞의 강속구를 뿌리는 리즈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다. 팀 역시 리즈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리즈의 빠른 공을 쉽게 쳐낼 만큼 컨택트 능력이 좋은 국내 타자들이 무슨 이유인지 주키치에게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도대체 주키치의 공은 왜 치기 어려운 것일까.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흔치 않은 투구폼

주키치는 19일까지 탈삼진 76개로 이 부문 5위에 올라 있다. 땅볼 유도 능력 또한 탁월하다.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땅볼/뜬공 비율이 1.69로 가장 높다. 직구 평균 구속이 140㎞대 초반에 불과하지만, 큰 키와 긴 팔을 이용해 위에서 내리 찍는 식의 투구를 한다. 하지만 타고난 신체조건이 전부가 아니다. 생소한 투구폼이 위력을 배가시켰다.

주키치는 투구 시 오른발을 1루 쪽으로 뻗는 크로스 스탠스형 투수다. 오른쪽 골반을 들어올리면서 바깥쪽으로 부드럽게 돌린다고 보면 된다. 일단 이 투구폼은 공에 회전력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우타자에게는 멀리서 공이 날아오는 느낌을 준다. 주키치는 투구판 가장 왼쪽에 서서 공을 던지기에 그 느낌은 더욱 클 수 있다.

주무기인 컷 패스트볼이 위력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타자 입장에서는 공을 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오히려 편할 수도 있다. 타자는 보통의 직구 타이밍이라 생각하고 방망이를 돌린다. 하지만 직구처럼 들어오던 공은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몸쪽으로 급격히 꺾인다. 타이밍을 제대로 맞춰도 배트 안쪽이나 밑부분에 맞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주키치는 우타자 상대로 2할1푼9리의 피안타율을 기록중이다, 좌타자 상대 2할6푼3리보다 좋다. 왼손 투수는 오른손 타자에게 약하다는 상식을 뒤집는 역발상형 투수인 것.

양상문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주키치의 투구폼에 대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기 힘든 유형의 투수다. 크로스 형태로 던지기 때문에 공이 직선으로 오는게 아니라 대각으로 꺾여 들어온다. 또한 키가 크고 타점도 높기 때문에 타자 입장에서는 대처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컷 패스트볼의 위력을 배가시킨 서클체인지업

하지만 생소함이 전부는 아니다. 본인의 노력으로 주무기의 위력을 배가시켰다.

주키치는 보통의 용병들과 달리 지난해 LG의 마무리 캠프에 참가했다. 일찍부터 훈련에 합류한 보람이 있었다. 현재 컷 패스트볼과 함께 주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서클체인지업을 배운 것. 던진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스피드 변화나 제구도 훌륭하다. 양 위원은 주키치의 서클체인지업에 대해 "사실 류현진이나 윤석민의 서클체인지업처럼 위력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타자가 직구나 컷 패스트볼에 적응할 때쯤 던져 타이밍을 절묘하게 뺏는다"고 말했다. 타이밍을 뺏는 서클체인지업을 통해 탈삼진 능력까지 갖게 된 것이다.

주키치는 기존에 커브와 슬라이더, 싱커를 던졌다. 여기에 서클체인지업이라는 좋은 재료가 추가되면서 타자들 요리는 더욱 쉬워졌다. 주키치는 다양한 변화구를 비슷한 비율로 섞어 던진다. 결정구를 꼽기 힘들 정도. 타석에 선 타자는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이명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