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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현 이대호 천적관계, 두 가지 기술적 이유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1-06-15 13:33


이대호의 천적 정대현의 투구폼. 그의 투구 타이밍은 이대호의 스윙 메커니즘과 상극이다. 스포츠조선DB

롯데 이대호. 최고의 타자임은 틀림없지만, 정대현 앞에서만큼은 한없이 작아진다. 스포츠조선DB

올해도 타격은 이대호(롯데) 천하다. 14일 현재 타율(3할7푼리), 홈런(17개), 타점(58개), 최다안타(80개), 장타율(6할6푼)은 1위. 득점은 1위 박용택(42개)에 단 1점 뒤져있고, 출루율 역시 4할5푼9리로 1위인 KIA 이용규에 2리 차다. 지난해에 이어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 2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천적이 있다. 잘 알다시피 SK 정대현이다. 올해도 3차례 맞대결에서 단 하나의 안타도 때리지 못했다. 14일 인천 SK전 9회말에 나서 초구를 건드리며 투수 앞 땅볼로 힘없이 물러났다. 통산전적은 31타수 1안타. 3푼2리. 출루율은 1할6푼7리. 때문에 SK 김성근 감독은 중요한 순간 이대호의 타석에서는 항상 정대현을 기용한다. 그리고 좋은 결과를 얻는다. 도대체 왜 정대현만 만나면 '빅보이'는 작아질까. 필연적인 세 가지 이유가 있다.

태생적인 천적

이대호에게 흥미로운 기록이 있다. 언더핸드 투수에 특히 강하다. 2007년부터 우완투수에게 3할2푼6리, 좌완투수에게 3할2푼5리, 언더핸드 투수에게 3할5푼1리다.

즉 정대현이 언더핸드 투수로서 이대호에게 얻을 수 있는 보편적인 강점은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이대호는 코스나, 구질별로 특별한 약점도 없다. 거구에 유연함까지 갖춰 파워와 컨택트능력이 모두 톱클래스다. 리치가 길어 바깥쪽 볼에 대한 대처능력도 뛰어나다. 지난 시즌 삼성과 두산의 전력분석팀은 "예전 스트라이크존 하단부 좌우로 볼 1~2개 빠진 지점이 약점이었는데, 최근에는 이것마저 안타로 연결시킨다"고 했다. 즉 코스에 대한 약점도 없는 상황.

SK 김성근 감독은 "기본적으로 정대현의 피칭 타이밍과 이대호의 스윙 궤적이 상극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실력과 상관없이 실전에서는 그런 관계가 있다. SK 김강민은 "두산 이재우 선배의 타이밍을 내 타격 폼이 못 맞춘다. 그래서 가장 껄끄럽다"고 했다. 투수들은 투구폼에 따른 본연의 호흡이 있다. 와인드 업에서 릴리스 포인트로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련의 미묘한 타이밍이다. 이런 투구폼의 연결동작이 타자들의 스윙 타이밍과 맞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투수와 타자 간에 천적관계가 가장 많이 생기는 요인이다.

정대현은 투구폼에 따른 강약조절에 능하다. 밑에서 솟아오르는 직구는 묵직하고, 여기에 커브와 싱커로 타이밍을 뺏는다. 이대호의 스윙 메커니즘이 정대현의 이런 일련의 타이밍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빅보이를 무너뜨린 또 다른 비법


하지만 타이밍만으로 이대호를 제압할 수 없다. 이대호는 보통 타자가 아니다. 타이밍이 안 맞는 투수에 금방 적응할 정도의 능력은 당연히 지니고 있다. 때문에 타이밍의 부조화만으로 천적관계를 100% 설명할 수 없다.

또 다른 이유는 기록에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이대호는 정대현과의 맞대결에서 타율이 채 1할이 되지 않지만, 4구는 5개나 얻었다. 즉 철저한 유인성 투구를 많이 던졌다는 의미다. 이대호를 위한 정대현의 볼배합은 극히 신중하다. 철저히 몸쪽으로 싱커를 던져 유인한 다음, 바깥쪽으로 흐르는 커브로 혼란스럽게 만든다. 공 하나의 실투성 투구가 들어가면 이대호에게 장타를 허용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정대현의 제구력은 매우 세밀했다.

때문에 공격적인 성향이 짙은 이대호는 번번이 범타로 물러났지만, 이 와중에 볼넷도 상대적으로 많이 허용했다. 이런 과정이 쌓이면서 심리적인 우위도 쌓여갔다.

확실히 두 선수의 맞대결에서 정대현은 자신감이 넘치는 반면, 이대호는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게다가 올 시즌 정대현은 릴리스 포인트를 빨리 가져가는 투구폼의 변화도 있었다. 이대호로서는 더욱 적응이 안되는 부분이다. 이대호가 지긋지긋한 천적관계를 정리할 수 있을까.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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