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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만큼 자신만의 색깔을 그라운드에 고스란히 옮겨놓은 사령탑도 드물다. 그의 야구는 '뚝심과 믿음'으로 대변됐다.
김 감독은 2년 뒤인 2007년 다시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SK가 우승 길목을 가로막았다. 1,2차전 원정경기를 모두 잡은 두산은 내리 4경기를 내주며 우승 트로피를 놓치고 말았다. 이듬해인 2008년 똑같은 아픔이 반복됐다. 첫 경기를 잡았지만, 또다시 4연패를 당하며 SK의 벽을 넘지 못했다.
3년 계약의 마지막 해인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김 감독은 "그동안 말로는 우승을 다짐했다. 그러고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 올해는 말보다는 행동과 결과로 우승에 도전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하지만 선수들의 부상과 용병의 부진 등 한계를 극복하기엔 상황이 좋지 못했다. 6월을 넘어서도 부진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하위권에 머물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4강도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기까지 했다.
그러나 김 감독에게는 특별한 훈장 하나가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승 금메달이 그것이다. 그의 유일한 대표팀 사령탑 경력이었지만, 결과는 역대 국제대회 가운데 가장 화려했다. 김 감독이 이끈 한국은 예선 7경기를 모두 이기며 결승토너먼트에 올랐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프로 선수들로 최정예 대표팀을 구성한 일본에 6대2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후 결승에서 아마 최강 쿠바를 3대2로 꺾고 대망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여파는 무척 거셌다. 프로야구가 부흥기를 열어 젖힌 것이다. 프로야구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5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올시즌에는 사상 첫 600만명 돌파가 유력시되고 있다. 김 감독이 이룩한 올림픽금메달의 파생효과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