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류현진 최소이닝 강판 속사정은?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6-12 14:01


롯데 이대호가 1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경기에서 1회 한화 류현진을 상대로 좌중월 3점 홈런을 날렸다. 홈런을 허용한 류현진이 머리를 감싸며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2011.6.10


"아픈 곳은 없다. 선수 보호를 위해서…."

한화의 에이스 보호 작전이 지극하다.

한화 류현진이 10일 롯데전에서 프로 데뷔(2006년) 이후 최소 이닝의 수모를 당한 것은 한화 팬들에게 적잖은 충격이다.

류현진은 이날 2이닝 만에 7안타 5실점을 한 뒤 조기 강판됐다. 화제 용병 가르시아의 컴백 복귀무대였던 터라 에이스의 부진은 더 아팠다.

보통 선발 투수의 조기 강판은 문책성이 강하다. 더이상 믿고 맡길 수가 없다는 메시지로 경고를 보내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못할 부상이 있을 경우다.

하지만 류현진의 이번 조기 강판은 의미가 달랐다. 책임추궁이 아니라 류현진의 보호하기 위한 구단의 판단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류현진의 컨디션 조절에 심혈을 기울여 온 한화다. 류현진은 지난 1일 삼성전에서 5승째를 챙긴 이후 처음으로 5일 로테이션을 건너뛰고 9일 만에 등판했다.


그동안 매경기 120개 안팎으로 분투하느라 어깨에 무리를 덜어주자는 팀의 판단에서였다. 한화가 요즘 상승세를 걷고 있는 마당에 에이스마저 간수못하면 헛장사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애지중지하는 류현진이 흔들릴 수 있는 위기도 이왕이면 피해가도록 해주고 싶은 게 한화의 입장이다.

조대현 트레이닝 코치는 류현진의 조기 강판에 대해 "등판 일정을 조절해가며 컨디션을 맞춰왔기 때문에 부상이나 다른 문제는 없었다"면서 "감독님의 깊은 판단이 있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명색이 에이스인데 던질 맛이 났겠나?" 한대화 감독의 이 한 마디에서 깊은 뜻을 엿볼 수 있다.

류현진은 이날 1회부터 상대의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는 바람에 연속 출루를 허용했고, 이어진 수비의 실책으로 선제점을 허용했다. 그 다음에 터진 게 이대호의 스리런 홈런.

여기에 비까지 주룩주룩 내렸다. 3회말 류현진이 강판되기 직전 이대호에게 맞은 적시타 역시 1루수를 살짝 넘기는 빗맞은 행운의 안타였다.

그렇지 않아도 비에 젖은 손이 미끄러워 컨디션이 처질 판국에 불운까지 겹쳐 대량 실점할 위기에 놓인 에이스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이른바 더 험한 일 당하기 전에 내려앉히는 게 구하는 길이었다.

"더 일찍 교체하려고 했는데 에이스의 자존심을 생각해 더 지켜봤다"는 한 감독의 설명에서 류현진 때문에 얼마나 안타까워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류현진의 올시즌 약점을 우려한 측면도 있다. 본인 의지와 달리 주변의 실책성 플레이로 인해 초반에 꼬이면 마인드 컨트롤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이번 롯데전이 그랬고, 지난달 14일 SK전에서 시즌 3연패로 고전할 때에도 야수들이 쉽게 잡을 아웃카운트를 놓치거나 실책을 하고 난 뒤 결정타를 얻어맞으며 무릎을 꿇었다.

위기 상황에서 흔들림없기로 소문났던 류현진이 올시즌 유독 민감해진 모습이다. 이번 롯데전을 계기로 넘어야 할 새로운 과제라는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