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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152㎞직구, 채상병이 배로 받은 사연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06-08 14:00 | 최종수정 2011-06-08 14:00


삼성 포수 채상병이 마무리 오승환의 152km짜리 직구를 배로 받아내 눈길을 끌었다. 사인 미스 때문이었는데, 채상병은 "창피해 죽는 줄 알았다"면서 웃었다. 세이브를 따낸 직후의 오승환과 채상병의 자축 모습. 스포츠조선 DB

삼성 포수 채상병이 정말 독특한 경험을 했다. 마무리투수 오승환의 152㎞짜리 직구를 배로 받아낸 것이다. 그 느낌은 어땠을까.

지난주 정말 독특한 장면이 경기중 등장했다. 삼성이 한화와의 경기를 치르는데 막판에 오승환이 등판했다. 힘있는 공을 팍팍 던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한 순간, 오승환이 공을 뿌렸는데 포수 채상병이 미트를 갑자기 아래쪽으로 눕혔다. 변화구를 받으려는 포즈였다. 공은 직구였다. 당연히 공은 포수 미트로 들어간 게 아니라, 채상병의 배에 퍽 하고 맞았다. 프로텍터를 착용하고 있어 다행이었다. 채상병이 미트를 움직이고 말고 할 상황도 못 됐다.

현재 대구에서 홈 일정을 치르고 있는 채상병과 오승환에게 당시 상황을 확인해봤다. 사인 미스였다. 채상병이 변화구 사인을 냈는데, 오승환이 포심패스트볼을 던진 것이다. 야구장마다 특징이 조금씩 있는데 대전구장에선 그림자 때문에 투수가 포수 사인을 잘 못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일반 팬들은 시속 140㎞가 넘는 직구를 받아볼 일이 없다. 때문에 변화구를 생각하고 있던 포수가 직구를 잡지 못하고 그대로 몸에 맞는 상황을 잘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떤 포수라도 떨어지는 변화구를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직구가 들어올때 미트를 움직여 공을 올바로 잡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채상병은 "퍽 하고 배에 공이 맞는데 프로텍터를 차고 있었어도 사실 꽤 아팠다. 152㎞짜리였다. 그런데 아파도 말도 못하고. 덕아웃을 보니 다들 웃느라 정신없어 하더라. 승환이랑 나도 황당했고. 포수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더 재미있는 건 당시 구심의 콜이었다. 완벽한 스트라이크 코스로 들어간 공이었는데 배에 맞고 떨어져버리니 구심이 볼을 선언했다. 심판도 얼떨결에 그랬을 것이다. 채상병은 "미국에선 포수가 미트를 하늘로 향하게 해서 받아도 코스만 제대로면 스트라이크가 선언되는데, 우리는 아무래도 포수가 못 잡으면 스트라이크 선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승환의 직구가 보통 직구인가. '돌직구'라 불리는 포심패스트볼을 몸으로 받아냈으니 정말 드문 케이스였다. 처음부터 프로텍터 위로 받아보라고 해도 엄두가 나지 않을 일이다. 채상병은 "멍은 들지 않았다"면서 웃었다. 투수가 던진 어떤 공도 몸을 날려서까지 받아야하는 게 포수의 숙명. 하지만 오승환의 직구를 배로 받아내는 건 두번 하기 싫은 경험이라고 했다.


대구=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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