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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수비 훈련 때 몸을 던져 펑고를 받아내는 선수는 많지 않다. 하지만 LG의 3년차 유격수 윤진호는 다르다.
윤진호는 광주제일고와 인하대를 졸업한 2009년 프로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윤진호는 항상 그래왔듯 묵묵히 땀방울을 흘렸다. 신고선수의 정식선수 전환이 시작되는 6월 1일 저녁, 윤진호는 숙소에서 함께 입단한 1차 지명자 오지환에게 갑작스런 축하를 받았다. 윤진호는 당시 상황에 대해 "그날 정식선수로 등록된 줄도 모르고 있었다. 숙소에서 갑자기 지환이가 달려와 '형! 축하해'하는 바람에 알게 됐다. 당시엔 그저 당황스럽고 얼떨떨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보통 가능성이 있는 신고선수들은 정식선수 전환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윤진호는 그것조차 잊고 평소처럼 야구에만 집중했다. 구단에서는 이런 윤진호의 성실함을 높이 샀다. 방망이가 한참 부족했지만, 타고난 수비 능력만큼은 인정받았다.
윤진호는 올해 1군 멤버로 발돋움했다.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공백을 메우며 선발로도 자주 나섰다. 6일까지 30경기 출전에 타율은 1할에 그쳐 있다. 안타가 4개에 불과하지만 수비에서만큼은 알토란 같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기자가 호수비에 대해 칭찬을 해도 그는 "실책이 4개나 된다. 아직도 부족하다"고 답한다.
최근 2루수와 3루수를 볼 수 있는 김태완이 1군에 복귀하면서 윤진호의 입지는 좁아졌다. 김태완이 1군에 등록된 지난달 25일 이후에는 경기 막판 대수비로만 출전하고 있다. 하지만 윤진호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태완이형이 올라왔으니 전 이제 수비만 열심히 해야죠. 제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겠습니다."
기자에게 담담한 포부를 밝힌 그는 또다시 스파이크 끈을 조이고 그라운드로 나섰다. 백업 선수의 고충이 있을 만도 했지만,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윤진호는 5일 부산 롯데전에서 9회초 중견수 오른쪽으로 큼지막한 안타를 날렸다. 승부가 결정된 뒤 나온 안타였지만 '대수비 요원' 윤진호에게는 소중한 안타 1개였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