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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류 감독님, 저 맞히면 이리 달려들겁니다"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06-07 18:25


롯데 이대호가 삼성 류중일 감독의 '협박(?)'에 재치있는 답변으로 응수했다. 이대호가 지난달 29일 광주 KIA전에서 얼음 주머니로 더위를 식히는 모습. 스포츠조선 DB

7일 오후 대구구장. 원정팀 롯데 선수들이 훈련을 시작하기에 앞서 운동장 정리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때 롯데 이대호가 삼성 덕아웃으로 걸어오며 큰 목소리로 "안녕하십니까. WBC 대표팀 수비코치님!" 하면서 인사를 넙죽 했다. 지난 2009년 제2회 WBC를 언급하며 이대호가 3연전 첫날에 삼성 류중일 감독에게 인사를 한 것이다.

류 감독 : (사직구장 응원 구호를 흉내내며) 때~호!, 때~호!

이대호가 한번 더 인사를 하자, 류 감독이 이대호에게 손짓하며 덕아웃으로 부른다.

류 감독 : 대호야, 이리 와바라. 너 어떻게 무럭무럭 커가는 우리 정인욱이에게 홈런을 그렇게 많이 칠 수 있냐.

이대호는 지난달 25일 사직 삼성전에서 삼성 선발 정인욱으로부터 3연타석 홈런을 빼앗아냈다. 류 감독이 너무했다며 농담을 건넨 것이다.

이대호 : (무심한 척 미소를 지으며) 도와주십시요.

류 감독 : 우리가 말이다. 내일(8일) 정인욱이가 선발인데 말이다. 너 몸쪽 공 좀 조심해야 할거야.


3연타석 홈런에 대한 보복으로 몸쪽 빈볼이 날아갈 수도 있다는 의미. 물론 농담이었다.

이대호 : 어우, 그럼 안 되죠. 만일 저 맞히시면 저쪽(1루)으로 가는 게 아니라 이쪽(삼성 덕아웃)으로 달려올겁니다.

류중일 감독과 취재진 모두 웃었다. 함께 웃던 이대호가 다시 한번 인사한 뒤 배팅케이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류 감독은 이어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멤버가 확정된 뒤 있었던 이대호와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당시 코치였던 류 감독도 아시안게임 대표팀 멤버였다. 류 감독은 "정규시즌때 대호에게 '너 우리팀과 할때 안타 치면 나중에 대표팀에서 펑고 50개, 홈런 치면 펑고 100개씩 쳐줄거야'라고 협박했더니, 대호가 '아이고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하면서 억울해했다"고 말했다. 팀은 다르지만 꽤 인연이 있는 류 감독과 이대호였다.


대구=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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