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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억지로 시키면 오래 앉아있어도 학습 능률은 제로다.
KIA가 자발적 희생 정신으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최강 SK에 시즌 첫 3연전 싹쓸이 패를 안기며 파죽의 5연승을 달렸다. 30승 고지를 정복하며 LG와 함께 공동 2위로 올라섰다. 1위 SK와 단 1게임 차.
SK호를 적지에서 침몰시킨 배경은 벤치의 절묘한 마운드 운용에 있었다.
이는 투수들의 자발적 피칭이 있어 가능했던 선택이었다.
2-1로 앞선 8회말. 7회까지 113개를 던진 윤석민은 그대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대타 안치용을 2구만에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한 뒤 조범현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윤석민에게 의사 타진을 했다. 윤석민은 "더 던질 수 있다"며 투지를 불태웠고 결국 8이닝을 124개의 공으로 틀어 막고 내려왔다.
문제의 9회말. 최근 치열한 승부 속에 과부하에 걸렸던 KIA 불펜진이 1점차 리드의 부담감을 지킬 수 있을까 의문시되던 순간. 성큼성큼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는 로페즈였다. 1경기에 원-투 펀치를 동시에 틀어박은 KIA 벤치의 승부수였다. 로페즈는 1사 1,2루의 위기를 맞으며 잠시 벤치를 긴장시켰으나 박재홍과 김연훈을 나란히 바깥쪽 공으로 잇달아 삼진 처리를 한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윤석민의 시즌 6승째와 팀의 5연승이 완성되는 순간.
이날 로페즈의 불펜 투입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경기전 조 감독은 "로페즈가 1이닝 정도 불펜 등판을 자원했으니 기회를 보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날 선발 8이닝 동안 2안타 1실점으로 승리를 이끈 윤석민의 눈부신 호투 이면에는 양현종의 자발적 등판이 깔려 있었다. 당초 윤석민의 등판 순서는 3연전 첫판인 지난 3일 SK전이었다. 하지만 옆구리 쪽 가벼운 통증으로 고민하던 차. 때마침 절친한 후배 양현종이 나섰다. 양현종은 이강철 투수코치를 통해 이날 선발 등판을 자원했다. 불과 사흘 전인 지난달 31일 LG전에 선발 등판, 2⅔이닝 동안 39개의 공을 던진 터. 비록 투구수가 적었지만 이틀 휴식 후 등판은 무리일 수도 있었지만 양현종의 의지가 워낙 강렬했다. 양현종은 결국 5이닝 동안 무실점 호투로 4대1 승리를 이끌며 3연전 첫 단추를 잘 꿰었다. 이틀 더 휴식을 취한 윤석민은 양현종 덕분에 강력한 공을 던지며 3연전 스윕을 완성했다.
KIA 투수진의 자발적 희생 분위기의 원조는 고참 서재응이었다. 시즌 초 흔들리던 불펜 강화를 위해 서재응은 군말 없이 불펜으로의 보직 이동을 받아들였다. "올시즌 15승이 목표"라던 투수로선 큰 손해를 감수한 선택. 한달간 불펜 안정에 힘을 쏟은 서재응은 5월 들어 선발로 원대 복귀 했다.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2연승을 달린 큰 형님 서재응의 희생 정신이 팀 전체에 스며들면서 '으?X 으?X'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선두 탈환을 눈 앞세 둔 KIA. 심상치 않은 마운드 분위기가 아닐 수 없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