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타이틀 독주하는 투수들, 뭐가 다른가

두산 김선우는 전체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1점대 방어율을 기록중이다. 지난 3일 잠실 삼성전서 7회 등판해 역투하는 모습. 잠실=조병관 기자[e-mail]

타자와 달리 투수 개인타이틀은 독주 체제다.

승률과 홀드를 제외한 투수 개인타이틀 4개 부문 각 레이스를 최근 한 달 가까이 한 사람이 주도해 오고 있다. 다승 박현준(LG), 방어율 김선우(두산), 탈삼진 류현진(한화), 세이브 오승환(삼성)의 독주 체제다. 주목할 것은 이들이 경쟁자들보다 우월한 '필살기' 또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박현준은 최근 게임마다 기복을 보이고 있지만, 남부럽지 않은 득점지원을 받으며 승수쌓기를 이어가고 있다. 4일 부산 롯데전에서는 7이닝 동안 4실점했지만, 팀타선이 0-3으로 뒤지고 있던 6회 한꺼번에 6점을 뽑아내며 전세를 뒤집어 시즌 8승째를 따낼 수 있었다. 다승 2위 KIA 양현종과는 2승차. 이날까지 박현준의 득점지원률은 7.29로 규정이닝을 넘겼거나 8번 이상 선발등판한 투수 28명 가운데 1위다. 선발로 75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LG 타선은 61득점을 지원해줬다. 9이닝 한 경기로 환산하면 평균 7점 이상을 도움받았다는 뜻. 150㎞에 이르는 강속구에 포크볼, 슬라이더까지 일품인 박현준으로서는 '날개를 단 격'이다. 박현준은 지난 8일 대구 삼성전서 5승을 챙긴 이후 다승 단독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김선우는 이날 현재 방어율 1.99로 2위인 팀동료 니퍼트(2.26)에 0.27이나 앞서 있다. 지난달 8일부터 1점대 방어율을 유지중이다. 5월3일 잠실 LG전 1회부터 19일 잠실 한화전 1회까지 31이닝 연속 비자책 행진을 벌인 덕분이다. 김선우의 강점은 뛰어난 땅볼유도 능력이다. 이날까지 97개의 땅볼아웃을 유도해 이 부문 1위. 스플리터와 슬라이더의 낮은 제구력이 제대로 통하고 있다는 뜻. 득점권 피안타율(0.228) 7위, 병살타 유도(7개) 7위에 득점권에서는 단 한 개의 홈런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만큼 탁월한 위기관리능력으로 실점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류현진은 올시즌도 탈삼진왕이 유력하다. 2006년 데뷔해 지난해까지 4차례 탈삼진왕을 차지했다. 이날 현재 83탈삼진으로 2위 글로버(71개)보다 12개나 많다. 이닝당 탈삼진 개수도 1.06개로 규정이닝을 넘긴 투수 가운데 가장 높다. 전매특허인 서클체인지업 덕분이다. 직구와 똑같은 투구폼으로 던지는데다 직구처럼 날아들다 뚝 떨어지기 때문에 타자들이 속지 않을 수 없다. 150㎞짜리 빠른 공과 낙차 큰 체인지업을 섞어던지며 헛스윙을 많이 유도하고 있다.

삼성 오승환은 경쟁자 없이 달리고 있다. 올시즌 8개팀 마무리 가운데 유일한 붙박이다. 팀내 위상 뿐만 아니라 구위, 제구력 모두 3차례 세이브왕 출신답다. 이날 현재 15세이브로 2위인 넥센 송신영(9세이브)보다 6세이브나 앞서 있다. 더구나 넥센은 최근 마무리를 손승락으로 교체했다.
노재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