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안치홍이 새벽 3시에 트레이너실로 간 까닭은

KIA 안치홍은 고질적인 허리통증에 시달리면서도 팀의 주전 2루수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스포즈조선 DB

"베개 하나 달랑들고 가서 푹~잤죠."

KIA 2루수 안치홍(21)이 '새벽의 대탈출'을 감행했다.

지난 3일 새벽, KIA의 원정 숙소 다른 선수들이 깊이 잠든 새벽 3시에 안치홍이 방문을 슥 열고 나왔다. 잠에 취한 듯 어기적대는 발걸음. 한쪽 옆구리에는 커다란 베개가 끼어져있다. 휘적휘적 걷던 안치홍은 이내 다른 방문을 거침없이 열고 들어갔다. 알고보니 KIA 트레이닝 코치들의 방. 도대체 왜 안치홍은 깊은 새벽에 남의 방을 찾았을까.

사연은 이랬다. 지난시즌 초반, 경기 중 허리를 삐끗한 이후로 안치홍은 고질적인 허리 통증을 떠안게 됐다. 처음 다쳤을 때는 병원에서 주사와 물리치료 등을 받았고 그 이후부터는 근력 운동과 스트레칭으로 허리를 강화했다. 그리고 경기 후에는 늘 트레이닝 코치들로부터 마사지 등을 받았다. 그러나 허리 상태는 완전히 낫지 않았다. 요즘에도 가끔씩 무리하면 통증 때문에 밤에 진땀을 쏟곤 한다.

안치홍이 '새벽 3시의 대탈주'를 한 것도 결국은 허리가 아파서였다. 야구 선수들은 원정 시 대부분 2인 1조로 침대가 2개 놓인 트윈룸을 사용하는데, 안치홍 역시 선배인 이현곤과 한 방을 쓴다. 그런데, 허리 건강에는 푹신한 침대보다 오히려 딱딱한 온돌이 훨씬 좋다. 때문에 안치홍도 내심 온돌방을 원했지만, 숙소호텔에 온돌방이 몇 개 없는 데다 결정적으로 방을 결정할 권한은 '방장' 이현곤에게 있었다. 결국 불편한 침대에서 잠을 설치던 안치홍은 온돌을 사용하는 트레이닝 코치들의 방으로 탈출한 것. 안치홍은 "잠이 안오길래 베개만 들고 트레이너실로 가서 푹 잤어요. 기분이 개운해져서 경기도 잘 할 것 같아요"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은 채 탈출 소감을 밝혔다. 인천=이원만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