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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2월이었다. 말린스 소속의 최희섭(현 KIA)이 플로리다주 주피터에 있는 스프링캠프 홈구장에서 훈련중이었다.
당시 홈구장을 함께 쓰던 세인트루이스에 다구치 소라는 일본인 야수가 있었다. 지금 오릭스에서 뛰고 있는 바로 그 선수다. 최희섭이 다구치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게 목격됐다.
해외 무대에서 함께 뛰는 한-일 양국 선수들은 경쟁자라기 보다는 동반자란 인식을 갖고 있다. 낯선 곳에서 동양인 선수가 적응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애틀 매리너스에 이치로가 있다. 한국 야구팬들에겐 얄미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추신수(클리블랜드)가 시애틀에 있을 때 이치로가 우익수를 고집하는 바람에 추신수의 설 자리가 애매해졌다는 얘기가 있었다. 두차례에 걸친 WBC에서 이치로의 강한 승부욕과 기량을 보면서, 한국 야구팬들이 비난과 칭찬이 뒤섞인 묘한 시선을 보냈던 것도 사실이다.
빅리그 데뷔후 11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이치로가 올시즌에도 200안타를 돌파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치로는 지난해까지 10시즌 동안 연속으로 20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데뷔후 10시즌 연속으로 200안타 이상을 친 건 그가 최초다. 2004년에는 메이저리그 한시즌 최다안타 신기록(262개)을 작성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만 2일(한국시각) 현재까지 2307안타를 쌓아올렸다. 그런데 올시즌에는 다소 주춤한 상태다. 2일 기준으로 55경기에서 타율 2할7푼6리를 기록중인데 안타수가 63개다. 단순히 산술적인 페이스로만 계산하면, 한시즌 162경기 기준으로 186개 정도가 예상된다.
미국에서 단 한차례도 타율이 3할 밑으로 떨어져본 적이 없었다. 현재의 2할7푼6리를 3할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3할3푼1리의 출루율은 이치로의 지금까지 평균인 3할7푼4리에 비하면 많이 낮아진 수치다. 결국엔 이같은 수치들이 좋아져야 한시즌 200안타 돌파에 또한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치로이기에, 결국엔 200안타를 칠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2005년에 206안타를 기록할 때 이치로는 정규시즌 종료를 3경기 남겨놓고 가까스로 200안타를 돌파하기도 했다. 그해에 특정 시점에서 24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엔 200안타를 쳐냈다.
이치로의 안타 생산능력은 가끔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전체 안타수의 거의 20%에 육박하는 내야안타 때문이다. 그 가운데는 안타가 아니라 내야수 실책으로 기록돼야 마땅한 타구도 꽤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선을 떠나, 만 38세의 동양인 타자가 메이저리그에서 이같은 기록을 쌓아나가고 있다는 건 국적을 떠나 분명 대단한 일이다.
지난달 말에는 뉴욕 양키스전에서 이치로가 6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게 화제가 됐다. 5월 월간 타율이 2할1푼3리에 그치기도 했다. 과연 이치로의 2011년은 어떤 결론을 맞이하게 될까.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