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최근까지도 메이저리그 선발 요원. 통산 36승의 투수는 왜 KBO리그에서 실패를 맛봤을까.
올 시즌 KIA 타이거즈는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의 부상으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처음에는 단기 부상 대체 선수로 캠 알드레드를 영입했다가 지난해부터 접촉해오던 에릭 라우어와 계약이 성사되자 다시 투수를 교체했다.
지난 8월초 라우어를 영입한 KIA는 제임스 네일과 라우어,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까지 3인 체제로 외인 엔트리를 채웠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통합 우승이라는 최대 목표를 이루면서 완벽한 시즌 피날레를 했다.
가장 먼저 네일과 재계약을 마친 KIA는 아직 외국인 투수 1자리, 외국인 타자 1자리가 비어있다. 라우어와는 결별을 선언했고, 보류 명단에서도 제외하면서 자유롭게 풀어줬다. 소크라테스는 아직 물음표다.
KIA와 재계약을 하지 못한 라우어는 14일(한국시각)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마이너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현지 지역 언론인 '스포츠넷'을 통해 알려졌다.
마이너 계약이지만, 빅리그 콜업 기회가 생기면 220만달러(약 32억원)와 선발 등판, 이닝에 따른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조건이 있다. 다만 메이저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스프링캠프 경쟁에서부터 살아남아야 콜업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라우어가 KBO리그에 올 때까지만 해도 기대치가 무척 높았다. 그는 거의 4시즌을 빅리그에서 풀타임 선발로 뛰었고, 4~5선발 이상은 충분히 해냈던 투수다. 2022시즌에는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11승7패 평균자책점 3.69의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바 있다.
직전까지 빅리그 커리어가 워낙 좋기 때문에 지난해 아시아 구단들이 관심을 보였을때에는 선수가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았었다. 그러나 11승을 거둔 2022년 바로 다음 시즌 10경기 등판에 그쳤고, 올해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마이너에 머물면서 좋지 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부상 여파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8월 11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라우어는 7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4.93의 성적을 기록했다. 좋은 투구를 한 적도 있지만, 사실 안정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5이닝을 겨우 채우기 바빴고, 결정구가 통하지 않아 투구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들이 잦았다. 그가 등판한 7경기 중 퀄리티스타트는 2번 뿐이었다.
라우어를 상대한 타팀 몇몇 타자들은 "공이 잘 보이는 편"이라고 이야기 했다. 최고 150km대 중반의 빠른 공과 좋은 변화구 구사력을 갖췄지만, 예상보다 공략이 더 쉬웠던 이유다.
KIA 역시 우승이 걸린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네일-양현종 '원투펀치'를 활용하고, 라우어를 후순위에 두면서 퍼포먼스에 대한 아쉬움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이뤘기 때문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다.
다만 승승장구하던 빅리그 커리어를 갖춘 투수의 KBO리그 작별은 다소 아쉽게 끝나게 됐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