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렇게 되니 52억원 투자가 '오버페이' 아닌 것 같네.
상황이 묘하게 흘렀다. 결론은 마무리 투수를 영입한 게 됐다. 과연 장현식은 LG 트윈스 우승 도전의 '마무리 퍼즐'이 될 수 있을까.
LG는 이번 오프시즌 '깜짝 영입'에 성공했다. 52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KIA 타이거즈 우승 공신 필승조 장현식을 데려왔다.
LG는 통합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 '불펜 왕국'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1차전 패배 후 한국시리즈 2차전 최원태가 1회부터 무너져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불펜 물량 공세로 경기를 뒤집으며 결국 우승 분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한 시즌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마무리 고우석이 미국으로 떠났다. 믿었던 박명근, 함덕주는 부상으로 신음했다. 그렇게 잘해주던 백승현도 부침에 빠졌다. 필승조가 완전히 무너졌다. 포스트시즌 염 감독은 김진성, 유영찬 2명의 투수로만 밀고 나갈 정도였다.
그래도 그렇지, 불펜 투수에게 52억원을 안긴 건 너무 무리한 투자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액수도 액수인데, 전액 보장이었다. 올시즌 기세가 좋았고, 한국시리즈 호투가 인상적이었다고 하지만 2021 시즌 34홀드 시즌 외에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는 선수에게 52억원 전액 보장은 '오버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통산 평균자책점이 4.91이다. 100홀드도 안된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통산 132세이브를 기록한 김원중이 54억원 계약을 했는데, 보장액은 44억원에 그쳤다.
그런데 이게 '신의 한 수'가 될 분위기다. 올시즌 마무리로 활약한 유영찬이 수술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팔꿈치 큰 수술은 아니기에 회복까지 3개월이 걸릴 전망인데, 일단 개막 시점에는 100%가 아닐 수 있다. 그렇다고 이렇게 갑작스럽게 마무리를 바꾼다, 이유가 있다.
먼저 유영찬이 우승 당시 보여준 싱싱한 구위를 보여주려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활과 준비가 늦어질 수 있고, 또 투수는 수술 후 구위를 끌어올리는데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염경엽 감독 입장에서는 유영찬이 후반기 시작 즈음이 돼야 100% 정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시즌 절반을 '임시 마무리'로 끌고갈 수는 없다.
여기에 장현식에 대한 믿음이다. 마무리 경험은 없지만, 올해 보여준 구위라면 분명 마무리를 맡아도 제 역할을 해낼 가능성이 있다. 물론 마무리는 구위 뿐 아니라 담대한 승부 근성도 있어야 하고, 이를 시험해봐야 하지만 당장 LG 불펜 구성을 볼 때 유영찬이 없다면 장현식 외 대체자가 없는 현실인 것도 분명하다.
필승조가 아닌 승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마무리라고 하면, 그 마무리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면 52억원 투자가 아깝지 않을 수 있다. 마무리가 몸 관리 측면 등에서는 매일 대기해야 하는 불펜보다 유리하다고 하지만, 정신적 압박감이 상상 이상이다. 그래서 다른 불펜 투수들보다 연봉도 높다. 과연, 내년 이맘때 LG의 장현식 계약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