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축구 팬들을 위해서라도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라고 판단했다"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직을 두고 12년 만에 투표가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출마를 선언한 허정무 전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30일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HD의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이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방문했다. 허정무 전 이사장은 이날 경기를 주최한 대한축구협회의 수장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의 깜짝 만남도 성사됐다. 두 사람은 미소, 악수와 함께 짧은 인사를 나눴다.
PSV 에인트호번에서 유럽 축구까지 경험했던 허 전 이사장은 행정가로서는 이미 2013년 KFA 부회장직에 이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로도 일한 경험이 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전하나시티즌의 이사장으로서 구단을 이끌었다. 허 전 이사장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발표했다.
허 전 이사장은 "나는 오늘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섰다. 지금 대한민국 축구는 흔들리고 있다. 깨끗하지도, 투명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하다. 대한축구협회의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운영체계는 급기야 시스템의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라며 "나는 이제 더 이상 방관자로 남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는 이 추락을 멈추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우리 축구를 다시 살려내는데 작은 밀알이 되기로 결심했다"라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이날 경기장에 방문해서도 취재진과 만나 후보로서 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이유에 대해 밝히며 의지를 다졌다. 허 전 이사장은 출마 이후 처음으로 정 회장과 만남을 가진 것에 대해 "그냥 반갑게 인사했다"라고 짧게 밝혔다.
감독이 아닌 후보로서 이번 경기에 방문한 것이 어색한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그걸 앞장서서 할 사람이 없다면, 당연히 축구계의 미래를 위해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 그런 의무감과 책임감이 좀 있다"라고 덧붙였다.
12월 25일부터 사흘 동안 후보자 등록을 해야 공식적으로 입후보가 되지만, 허 전 이사장은 이번 코리아컵 결승 참석으로 사실상 후보로서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는 최근 기자회견과 보도자료 등을 통해 여러 의견을 내비친 것에 대해서도 "열심히 하고 있다. 우리가 지적할 것은 지적하고, 앞으로 해 나갈 예정이다. 지켜보시면 되겠다"라며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하는 것이지만, 또 지적하고 해야 되겠고, 반드시 고쳐야 할 부분은 당연히 얘기해야 하지 않겠나. 우리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말이고, 축구계를 위해서라도 해야 하지 않냐고 생각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