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피해자' 손흥민은 없고, '가해자' 로드리고 벤탄쿠르만 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이 벤탄쿠르만을 적극적으로 옹호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A매치 브레이크가 막을 내렸다. 실전이 다시 시작된다.
토트넘은 11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끝난 입스위치 타운과의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1라운드에서 1대2로 패했다. 입스위치는 올 시즌 1부로 올라온 승격팀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5무5패, 단 1승도 없었다.
하지만 토트넘이, 그것도 안방에서 '첫 승'의 제물이 됐다. 토트넘은 입스위치를 꺾을 경우 3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하지만 5승1무5패(승점 16)에 머물며 10위로 추락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전이 기다리고 있다. 토트넘은 24일 오전 2시30분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맨시티와 2024~2025시즌 EPL 12라운드를 치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2일 맨시티전 기자회견을 가졌다. 벤탄쿠르의 징계는 최고의 관심사였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18일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모욕을 한 혐의로 벤탄쿠르에게 국내 대회 7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FA는 성명을 통해 '벤탄쿠르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독립 규제위원회는 이것이 증거가 있다고 판단하고 심리 후 그에게 징계를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벤탄쿠르는 출전 정지와 함께 10만파운드(약 1억7600만원)의 벌금 징계도 받았다.
하지만 토트넘이 반발하고 있다. 벤탄쿠르의 7경기 출전 징계에 항소했다. 토트넘은 20일 '구단은 벤탄쿠르의 FA 출전 징계 기간에 항소를 했다'며 '우리는 독립 규제위원회의 유죄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징계 기간은 수위가 지나치다고 판단한다. 벤탄쿠르는 항소가 결론날 때까지 출전 징계가 유지될 것이며, 클럽은 이 부분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손흥민의 입장을 고려했는지는 의문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날 "벤탄쿠르가 A매치에서 복귀한 후 처음 본 날이 오늘이다. 지금 잠깐 얘기를 나눴다. 그는 항상 자신에게 오는 모든 징계를 감수하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며 "우리는 그 과정에서 지원할 것이다. 바라건대 벤탄쿠르가 잘 극복하고, 징계가 끝나면 팀에 기여할 준비를 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항소'가 나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물음에 대해선 "나는 외모나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에 관심이 없다. 그는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어떤 처벌이든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첫 번째 처벌이 약간 가혹하다고 생각해서 항소했다. 그건 우리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전체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어 "요즘 사람들이 사람을 화형시키고 싶어한다는 건 안다. 하지만 내가 계속 말했듯이 진정한 교육과 발전을 원한다면 이 과정의 일부는 누군가가 실수를 하고 벌을 받을 때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 중 일부는 교육이고, 사람들이 보는 방식으로 그들을 대하는 것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다. 벤탄쿠르든, 누구든 말이다. 난 나이만큼 더 큰 실수도 많이 했다. 실수로부터 배웠고, 덕분에 더 나은 사람이 됐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손흥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FA는 지난 9월 논란의 벤탄쿠르 인터뷰가 '중대한 위반'이라며 기소했다. 6~12경기 출전 정지 징계가 예상됐고, 7경기로 결정됐다. 우루과이 출신인 그는 지난 6월 자국 방송에 출연, 진행자가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하자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동양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인종차별적 인식이 드러난 발언이었다.
벤탄쿠르는 즉각 사과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쏘니, 일어난 모든 일에 미안하다. 그건 나쁜 농담이었다. 나는 널 사랑한다. 절대 널 무시하거나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지 않나. 사랑한다'고 했다. 그러나 논란은 잠재워지지 않았다.
스포츠계 차별 철퇴를 위해 싸우는 '킥잇아웃(Kick it out)'은 FA의 결정에 환영했다. '킥잇아웃' 대변인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FA가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적 모욕에 책임을 묻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당시 사건과 관련하여 상당수의 신고가 접수되었으며, 이는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출신 선수를 향한 학대가 관련 개인에게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더 넓은 커뮤니티의 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토트넘의 항소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징계가 유효할 경우 벤탄쿠르는 12월 중순까지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맨시티, 풀럼, 본머스, 첼시, 사우스햄튼, 리버풀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물론 맨유와의 카라바오컵 8강전에도 결장한다.
벤탄쿠르는 '박싱데이' 주간인 다음달 27일 노팅엄 포레스트전에서야 복귀할 수 있다. 다만 국제 대회인 유로파리그(UEL)에는 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살인적인 일정의 토트넘은 비상이다.
손흥민은 첫 논란 때부터 '절친'인 벤탄쿠르를 끌어안았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실수했고, 이를 알고 사과했다'며 '그는 의도적으로 불쾌감을 주는 말을 할 의도가 없었다. 우린 형제이고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고 밝혔다.
지난 9월 UEL 카라바흐FK전을 앞두고도 벤탄쿠르를 감쌌다. 손흥민은 "FA가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말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벤탄쿠르를 사랑한다"며 "우리는 좋은 추억이 많다. 그는 사건 직후 사과했다. 나는 집에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가 나에게 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진심이 느껴졌다. 이후 팀에 복귀해서 다시 만났을 때 벤탄쿠르는 정말 미안해 했다. 벤탄쿠르는 나에게 거의 울면서 사과했다. 정말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고 옹호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모두 인간이고 실수한다. 거기에서 배운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나는 그를 사랑한다. 아시다시피 그는 실수했다. 하지만 나는 전혀 문제가 없다. 우리는 동료이자 친구이자 형제다. 함께 나아갈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벤탄쿠르는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그사이 손흥민은 소외됐다.
"뉴스로 접했다. 다른 사람들도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토트넘에서 내부적으로 다뤄졌던 일이 이제 바깥에서도 다뤄지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토트넘은 팀으로서, 우리는 이 사건을 마무리하고 앞으로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이런 일들을 진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손흥민의 '찐' 절친인 벤 데이비스의 이야기다. 그의 말속에 길이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