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기안84가 뉴욕 마라톤 대회 완주 소감을 밝혔다.
22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이하 '나혼산')에서는 기안84가 세계 6대 마라톤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뉴욕 마라톤 대회에 도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기안84는 1년간 준비한 뉴욕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뉴욕으로 향했다. 대회 전날 마라톤 참가 등록을 하기 위해 마라톤 엑스포로 간 그는 압도적인 규모와 인파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번호표를 받으러 간 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한국인을 만나 파이팅넘치는 기운을 받은 기안84는 이어 마라톤 참가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벽 앞에서 인증샷을 남겼다. 또한 전 세계 러너들의 각오 메시지가 담긴 종이 벽에 '나혼산' 멤버들의 이름을 다 적어 감동을 자아냈다.
마라톤 대회 당일 기안84는 전현무, 윌슨의 그림과 '나혼산' 멤버들의 이름을 적은 티셔츠를 입고 마라톤 대회 현장에 도착했다. 출발 시간 전 무료로 나눠주는 베이글을 폭풍 흡입한 그는 이후 무릎 테이핑과 스피드 칩 부착 등 마라톤 준비를 마친 후 바닥에 누워 자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대회의 출발을 알리는 대포 소리와 함께 기안84의 레이스도 시작됐다. 그는 "생각보다 더욱 웅장했다. 대규모 참치 떼 중 한 마리가 된 거 같은 느낌이었다. 삼국지 적벽대전 병사가 된 거 같기도 했다. 옥황상제 앞에 심판받으러 가는 저승길 같기도 하고 장관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목표인 '서브4' 기록을 위해 1년 동안 준비했다는 기안84는 "뭔가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던 게 오랜만인 거 같다"고 밝혔다. 4시간 이내 완주의 희망을 품고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그는 기분 좋게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여유 넘치는 미소와 함께 뛰었다.
거리에는 러너들을 응원하는 열기가 가득했고, 흥분한 기안84는 "아이 러브 유 뉴욕", "돈 많이 버세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화답했다. 그러나 계속 뛰면서 응원을 하는 바람에 호흡이 꼬이기 시작했고, 그는 "이제 깝치지 말아야지"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호흡을 유지하며 달리던 기안84는 점점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심지어 복통까지 찾아왔다. 있는 힘을 쥐어짜서 달리던 그는 많은 러너들이 퍼지는 구간이라는 일명 '죽음의 다리'를 만났다.
힘들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던 기안84는 갑자기 자리에 멈춰서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20km 넘어가면서부터는 그때부터는 사실 거의 지옥이었다"며 "호흡이 아니고 몸 전체가 축 가라앉아서 물에 젖은 솜마냥 너무 무거웠다"고 털어놨다.
겨우 힘겹게 죽음의 다리를 탈출한 기안84는 맨해튼에 도착했지만, 다리의 여파인지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복통이 다시 찾아오자 그는 결국 한쪽 구석에 가서 구토를 했다.
힘이 빠져버린 기안84는 다시 뛰어봤지만, 더 무거워진 몸에 결국 주저앉고 말았고 31km 지점에서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30km 넘어가면 인체의 신비가 온다. 사지는 슬슬 아프고 목 디스크 아프고 신물 넘어오고 눈은 점점 몇 바퀴 돌아가면서 하늘은 노래진다. 몸이 내 뜻대로 안 움직인다"고 말했다.
2분이 넘도록 일어나지 못하던 기안84는 다시 힘을 쥐어 짜내서 뛰던 중 목발을 짚고 달리는 여성 러너를 목격했다. 그는 "퍼지니까 보였다. 어떤 여자분인데 목발을 양쪽에 끼고 짚고 달리는 거다. 청주 마라톤 때도 시각장애인 분이 뛰는 걸 봤지만 진짜 엄청 리스펙했다"며 "그런 걸 볼 때마다 느끼는 게 내가 배부른 입장이 되니까 더 열심히 뛴 거 같다"고 말했다. 목발을 짚고 달린 러너는 무려 8시간이나 걸려서 완주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는 '서브4'가 아닌 완주가 목표가 된 상황에서 기안84는 자꾸 중간에 멈췄고, 이를 본 러너들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응원했다. 다시 달리던 기안84는 완주 지점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응원해 주는 교민들을 보며 힘을 냈고, 교민이 준 태극기를 망토처럼 두르고 완주하는 데 성공했다. 완주 기록은 4시간 48분 16초.
4시간 내 완주에 실패한 기안84는 "나한테 좀 화났다. 두 번째 마라톤은 멋있게 뛰고 싶었는데 준비한 만큼 아예 못 뛰었다. 근데 그게 실력이니까"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 뉴욕의 한식당으로 향한 기안84는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했다. 아쉬워하는 기안84에게 어머니는 "완주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다"라고 위로했다.
다음날 기안84는 완주 메달에 이름을 각인하러 갔다. 뉴욕 마라톤을 뛴 러너들의 이름이 뉴욕 타임스에 실린다는 사실에 잔뜩 기대했던 그는 함께 줄 서 있던 다른 러너와 같이 뉴욕 타임스를 보며 자신의 이름을 찾았다. 그러나 4시간 44분 기록에서 페이지는 끝났고, 뉴욕 타임스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기안84는 시무룩해졌다.
기안84는 "뉴욕 마라톤에 의견을 제시하고 싶은 게 4시간 44분 지난 성적 나오면 사람도 아니냐. 난 기대를 많이 했다. 나름 이걸 내가 오려서 마라톤 목걸이랑 이름 나온 신문지랑 액자를 만들려고 했다. 그림이 깨지지 않았냐"며 "반나절 걸려서 와서 뛰었는데 해준다는 얘기를 말던가. 눈탱이 맞은 거다. 왜 성적으로 줄 세우냐. 뉴욕 타임스가 학교 교무실 선생님이 아니지 않냐. 생각하니까 열 받는다. 장사 그딴식으로 하지 마라"라며 분노를 터뜨려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뉴욕 타임스 CEO에게도 영상 편지를 보내며 거센 항의를 해 웃음을 더했다.
한편 기안84는 "사실은 이제 내 딴에는 한 번 뛰어봤으니까 이번에는 더 잘 뛰어야겠다는 기록, 숫자만 생각하고 왔는데 계획대로 안 됐다. 그럼에도 어떤 울림 같은 게 스스로에게 있는 거 같다"며 "결과적으로 달리기라는 게 내 인생 전체에 너무 큰 도움을 주는 거니까 정신적으로도 많이 날 다스릴 수 있게 된 거 같고 거기에 전 세계인들과 함께 뛰었다는 게 너무 특별한 일이고 그걸 한다는 게 축복 받은 거다. 충주 마라톤은 끝나고 1년 지났는데도 생각이 나는데 뉴욕 마라톤은 평생 기억에 남을 거 같다"고 뉴욕 마라톤 대회 참가 소감을 밝혔다.
이어 계속 마라톤을 하는 이유에 대해 "뛰고 났을 때 도파민이 있는 거 같다. 뛸 때는 4시간이 힘들지만 끝나고 일주일, 한 달은 또 즐겁다"며 "나는 '서브4'를 나중에라도 꼭 할 수 있으면 좋을 거 같고, 그거는 못 했지만 이 자체로 그냥 크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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