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에 한 번 있는 폭풍"…'대기의 강'과 결합해 며칠간 폭우 예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미국 서북부 지역에 '폭탄 사이클론'(bomb cyclone)으로 불리는 강력한 폭풍우가 강타해 2명이 숨지고 수십만 가구가 정전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 기상청(NWS)에 따르면 태평양에서 강력한 저기압 폭풍이 발달해 미 서부 워싱턴주와 오리건주, 캘리포니아주 북부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번 주말까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폭우와 홍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AP통신과 CNN 방송 등 미 언론은 기상학자들의 설명을 인용해 이번 폭풍을 '폭탄 사이클론'으로 지칭했다. 이는 사이클론이 발달하면서 급격히 강해졌을 때 이 저기압 폭풍을 일컫는 용어다. 주로 겨울철에 폭설·폭우와 강풍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CNN은 이번에 미 서북부를 강타한 폭탄 사이클론이 10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하는 강력한 폭풍우로 기록됐다고 전했다.
워싱턴주 서부 지역에는 시속 97∼129㎞의 강풍이 불었고, 해안가에는 최대 시속 163㎞의 더 강한 바람이 몰아쳤다.
워싱턴주 사우스 카운티 소방국에 따르면 강풍에 쓰러진 나무가 주택과 도로를 덮치면서 시애틀의 노숙자 야영지에 있던 50대 여성 1명이 사망했다.
시애틀 동쪽의 벨뷰 카운티에서도 전날 나무가 주택 위로 쓰러져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여성 1명이 숨졌다.
벨뷰 소방국은 전날 밤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도시 곳곳에서 나무가 쓰러져 집 위로 떨어지고 있다"며 "가능하면 건물의 가장 낮은 층으로 이동하고 창문에서 멀리 떨어져라. 가능하면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시애틀 북쪽 스탠우드 지역에서는 전날 밤 기차(암트랙)가 쓰러진 나무와 충돌해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기차에 타고 있던 승객 40여명 가운데 다친 사람은 없었다고 지역 방송은 전했다.
강풍이 전신주 등 전기 설비를 파손시키면서 정전도 잇따랐다.
미국의 정전현황 집계사이트 파워아우티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워싱턴주의 48만7천여가구(상업시설 포함)가 정전됐고,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역에서도 4만여가구에 전기가 끊겼다.
캘리포니아 북부에서는 이날부터 사이클론이 대량의 수분을 머금어 비를 뿌리는 '대기의 강' 현상과 합쳐져 더 큰 피해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캘리포니아 북서부 일부 지역에서는 48시간 동안 406㎜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미 기상청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북부 지역, 특히 금문교 북쪽에는 평소 기준 한 달 치가 넘는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침수와 도로의 토사 유출, 강 범람 등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캘리포니아 북부의 이번 폭우는 오는 22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은 태평양에서 발원해 미 서부로 이동하는 좁고 긴 형태의 강과 같은 수증기대(帶)를 일컫는 것으로, 많은 양의 비를 수일간 계속해서 내리는 것이 특징이다. 이 기상 현상은 2022년 말부터 겨울철에 잦은 빈도로 발생해 캘리포니아에 큰 피해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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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