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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 부상' 딛고 돌아온 KIA의 또 다른 천재, 절망의 시간 깨워준 팬 한마디는?[광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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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괜찮아', '이겨낼거야', '잘 할거야'.

부상이 앗아간 꿈, 절망의 시간에 빠져 있던 KIA 타이거즈 윤도현(21)을 일으켜 세웠던 말들이다.

동기생 김도영이 달고 있던 '천재' 수식어는 어쩌면 윤도현에게 돌아갈 수도 있었다. 고교 시절 광주권을 넘어 전국 최고 유격수로 꼽히며 김도영의 경쟁자로 꼽혔다. 2020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KIA 유니폼을 입었지만, 1차 지명자 김도영 못지 않은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프로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데뷔 첫 해였던 2022시즌 시범경기 도중 오른손 중수골 골절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시즌 말미에 복귀했지만, 실력을 보여주긴 너무나 짧은 시간. 마무리캠프에서 와신상담했지만, 2년차였던 지난해엔 고질인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시즌 뒤 호주 프로야구 캔버라 캐벌리 파견 명단에 포함됐으나 불발되는 등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3년차에 접어든 올 시즌. 윤도현은 스프링캠프 맹활약으로 구단 자체 MVP에 선정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부상이 그를 가로막았다. 스프링캠프 막판 옆구리를 다쳤고, 재활을 거쳐 복귀했으나 4월 10일 상무와의 퓨처스(2군) 경기 주루플레이 도중 이번에는 왼손 중수골 골절상을 했다. 3시즌 동안 양손을 다치는, 우연 치고는 잔혹한 운명이었다.

이런 윤도현이 드디어 1군 무대에 섰다. 23일 광주 삼성전에 2번 타자로 출격, 김도영과 테이블세터로 호흡을 맞췄다. 윤도현은 이날 3안타를 몰아치면서 오랜 기간 자신을 기다려 온 팬들 앞에 화려하게 선을 보였다. KIA 이범호 감독은 경기 후 "김도영과 윤도현이 테이블세터로 나서 활발한 공격을 보여줬다. 둘의 활약은 구단 뿐만 아니라 팬들도 바라던 모습이었을 것 같다"고 평했다.

윤도현은 "히팅 포인트를 살짝 뒤로 두고 직구, 변화구를 다 보고 있었다. 치고 나서 어떤 공을 쳤는지 잘 파악이 안되는 경우도 있었다. 공을 보는 느낌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첫 타석 소감을 두고는 "(김)도영이가 홈런을 쳐서 들떴던 것 같다. 도영이 응원가가 들리는 가운데 나도 힘을 받았다"고 웃었다.

힘겨웠던 부상 순간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아마 양손 수술은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운을 뗀 윤도현은 "많이 힘들었지만 빨리 복귀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다친 뒤 (박)찬호형이 좋은 말을 너무 많이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했다. 팬들도 떠올렸다. "팬분들 누구 할 것 없이 '괜찮다', '이겨낼거야', '잘 할거야' 응원해주셨다. 사실 나조차 믿음이 없었는데, 팬분들 덕에 이렇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부상은 도약을 위한 자양분이기도 했다. 윤도현은 "'프로는 아마와 다르니 200%로 할 필요 없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나는 매 경기 모든 걸 쏟아 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몸이 받쳐줄 것으로 봤는데 그렇지 않았다. 몸 관리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해야 할 건 야구"라고 강조한 뒤 "부상으로 쉬는 기간에도 매년 발전은 했다고 본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후회하지 않는다. 이제부터 부상 없이 더 발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페넌트레이스 남은 기간 및 한국시리즈 준비 기간 동안 엔트리 구성 옥석가리기를 펼칠 계획. 윤도현 역시 이 구상에 포함돼 있다. 윤도현은 "대타, 대주자, 대수비 모두 가능하다. 남은 경기가 많지 않지만 감독님께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100%를 보여드려야 가능성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나도 나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의지를 다졌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