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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빨리 바꿨으면 김택연과 경쟁이다…9경기 단 1피안타, 22세 초강력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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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더 빨리 마무리가 됐다면, 김택연과 신인왕 경쟁 구도에 더 큰 불을 붙일 수 있었다. 40일만에 세이브 10개. 22세 초강력 마무리가 탄생했다.

SSG 랜더스 마무리 투수 조병현이 데뷔 첫 10세이브를 달성했다. 22일 수원 KT 위즈전에 9회말 4점차 무사 2,3루 위기 상황에서 구원 등판한 그는 실점 없이 3명의 타자를 빠르게 처리했다. 오윤석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후 심우준을 1루수 플라이로 잡아냈고, 강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를 3구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무사 2,3루를 막아낸 값진 세이브. 어느덧 세이브 10개째다. 이미 11개의 홀드를 기록 중이던 조병현은 두자릿수 홀드와 세이브를 한 시즌에 동시에 달성하게 됐다.

본격적인 마무리 투수로 보직 이동 후, 약 40일여 만에 거둔 성과.

전반기까지 SSG의 올 시즌 마무리 투수는 문승원이었다. 고민이 많았다. 지난해 리그 세이브왕 출신인 서진용이 팔꿈치 수술로 인해 시즌을 늦게 시작하게 되면서, SSG는 대체 클로저가 필요했다. 이숭용 감독이 선택한 마무리가 바로 문승원이었다.

전반기 마무리 투수로 잘 버텼지만, 부담스러운 상황이 늘어나면서 교체를 고민하게 됐고 8월 들어 마무리 투수 교체라는 결단을 내렸다. 문승원은 필승조로 마무리 앞에 등판하는 투수로 보직을 이동했다. 필승조 구성원 중 가장 빠르고 강력한 직구를 뿌리는 조병현이 새 마무리로 낙점됐다.

8월 2일부터 본격적인 마무리 전환. 호된 데뷔전도 치렀다. 마무리로 나선 첫 경기였던 8월 2일 대구 삼성전에서 1점차 상황에 이성규에게 허무하게 동점 솔로 홈런을 허용하고 내려갔고, 이후 이로운의 끝내기 폭투 때 조병현의 책임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패전 투수가 됐다. 조병현은 "이 경기에서 정말 많은 교훈을 깨달았다"고 돌아봤다.

8월 11일 두산전에서 마무리 전향 후 첫 세이브. 그리고 22일 KT전에서 10세이브를 달성했다. 보직 이동 전 세이브 1개를 기록했고, 그 이후 약 40일여 만에 9개의 세이브를 추가했다. 지난 8월 21일부터는 12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도 이어가고 있다. 9월에 등판한 9경기 9⅓이닝 중 피안타는 단 1개에 불과하다.

데뷔 시즌이었던 2021년 1군에서 단 3경기(6⅔이닝)만 던지고 상무에 입대한 조병현은 제대 후 올해 1군 스프링캠프부터 합류했다. 시즌 초반부터 기대감이 컸고, 그 기대대로 성장해줬다. 초반에는 다소 부담이 적은 상황에 등판했다가 점점 더 중요한 상황에 마운드에 오르는 횟수가 늘어나며 필승조의 핵심 투수로 자리 잡았다.

시즌 중반까지는 무서운 기세로 헛스윙과 삼진을 잡아내다가 피홈런 등 대량 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지는 경기도 많았지만,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완전히 궤도에 오른 모습이다. 2002년생 올해 22세에 불과한 어린 투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안정감이다.

만약 조병현이 좀 더 빨리 마무리 투수로 보직을 바꿔서 지금과 같은 활약을 했다면, 아마 올해 신인왕 경쟁 구도도 달라졌을 것이다. 초반 주목을 받았으나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유력 후보에서 한발 물러난 사이, 두산의 마무리 김택연이 워낙 막강한 신인왕 원톱 후보로 올라섰다. 김택연의 경우 고졸 순수 신인이라는 점이 플러스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조병현이 보여주는 모습만 놓고 보면 김택연에게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원래 선발 후보였던 조병현은 다음 시즌 보직을 두고, 올 시즌을 마친 후 본격적인 고민에 나서게 된다. 분명 확실한 선발 자원 보강이 필요하다. 그러나 20대 초반의 젊은 마무리 투수를 찾았다는 점도 쉽게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조병현은 "원래는 선발이 내게 더 맞고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올해 마무리를 경험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마무리 투수라는 보직은 매력이 있고, 재미도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선발이든 마무리든 어떤 것을 해도 좋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행복한 고민에 빠질 SSG다.

수원=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