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독주하고 있는 LA 다저스에 오타니 쇼헤이만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다저스는 25일(이하 한국시각) 개런티드레이트필드에서 벌어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경기에서 3대0의 완승을 거뒀다. 물론 마운드이 힘이 컸다. 선발 제임스 팩스턴이 5이닝 3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벌였고, 4명의 불펜투수들도 나머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팀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오타니가 첫 3타석에서 무안타로 침묵하다 마지막 타석에서 희생플라이를 터뜨리며 쐐기점을 올린 것도 결정적이었다.
그런데 이날 승리의 주역은 따로 있었다는 사실.
바로 미구엘 로하스다. 6번 유격수로 출전한 로하스는 4타수 2안타 1득점의 맹활약을 펼치며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0-0의 균형이 이어지던 7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로하스는 우완 스티븐 윌슨의 4구째 몸쪽을 파고드는 79.8마일 스위퍼를 잡아당겨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터뜨리며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개빈 럭스의 1루수 땅볼 때 3루로 진루한 로하스는 키케 에르난데스의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로 홈을 밟으며 선취 결승득점을 올렸다.
이어 다저스는 크리스 테일러의 땅볼을 잡은 상대 유격수 폴 디용의 1루 악송구 실책을 틈타 에르난데스가 홈을 파고들어 한 점을 보태며 2-0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다저스는 9회초 1사 3루서 오타니가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쳐 3루주자 테일러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고, 9회말 알렉스 베시아가 등판해 3타자를 가볍게 요리하고 승리를 지켰다.
로하스가 결승 득점을 올렸다는 사실 만으로 그가 승리의 주역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MLB.com에 따르면 다저스는 올시즌 로하스가 안타를 친 23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그러니까 로하스가 시즌 첫 안타를 친 지난 3월 30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부터 이날 화이트삭스전까지 그가 안타를 기록한 23경기를 모두 승리했다는 의미다.
경기 후 로하스는 "(이유는)모르겠다. 베이스에 나가고 안타를 치는 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매 번 안타를 칠 때마다 팀이 이기고 있다고 하니 즐겁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결승타를 친 에르난데스는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로하스가 안타를 치면 우리는 이긴다"고 했다.
로하스는 이같은 '기분좋은 징크스'를 몇 주 전 뉴욕 양키스와 원정경기를 치를 때 알았다고 한다. 혼자 알고만 있던 게 아니었다. 다저스 팬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로하스에게 이같은 기록을 전하며 응원을 보내줬다는 것이다.
로하스는 "성원과 사랑을 보내주시는 팬들이 이 기록은 꽤 멋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멋진 행진이다. 그걸 부인하지 않는다. 계속 이 징크스를 끌고 가고 싶다. 경기가 끝났을 때 내가 안타를 쳤는지 여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승리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다"고 말했다.
이 기간 가장 극적이었던 경기는 지난 19일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전이다. 다저스는 4-9로 뒤진 9회초 무사 1루서 로하스의 우전안타가 터진 뒤로 뒤 제이슨 헤이워드의 만루홈런,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3점홈런을 앞세워 결국 11대9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당시 로하스는 9회 안타를 치고 나가 클레이튼 맥컬러 1루코치에게 "결국 우리가 이길 거예요"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또 다른 흥미로운 징크스는 다저스는 올해 로하스가 득점을 올린 16경기 전승, 타점을 올린 12경기 전승 기록도 이어가고 있다. 이만한 '승리의 요정'도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