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11년만의 월간 1위(4월), 24년만의 5월 기준 6할 승률(0.630).
2023년초 롯데 자이언츠의 찬란했던 성적표다. 하지만 6월부터 추락이 시작됐고, 그대로 가을야구는 좌절됐다. 김민석 윤동희 등 신예 타자들의 성장이 있었지만, 미래를 향한 희망일지언정 '현재'로 수렴되진 못했다.
2024년은 정반대 양상이다. 김태형 감독의 부임과 함께 뜨거운 기대감을 시작했지만, 개막 3주만인 4월 12일 순위표 맨아랫단으로 곤두박질쳤다. 간헐적인 꿈틀거림을 제외하면, 롯데가 '탈꼴찌'에 성공한 시점은 6월 2일이다. 6월 7일부터는 한계단 더 올라 8위에 위치하고 있다.
더욱 눈에 띄는 점은 약 2개월 사이 팀 타선의 전면 리빌딩이 이뤄졌다는 것. 지난해 롯데는 최고참 전준우와 정훈에게 해결사 역할을 기댈만큼 답답한 타선이었다. 팀 타율은 2할7푼5리(전체 5위)에 달했지만, 필요할 때 좀처럼 점수를 내지 못했다.
올해는 한결 다른 양상이다. 무엇보다 황성빈(27) 윤동희(21) 고승민(24) 나승엽(22)에 손호영(30)까지, 비교적 젊은 선수들 중심으로 타선의 중추가 쇄신됐다. 윤동희를 제외하면 지난해까진 지금처럼 빛을 보지 못했던 선수들이다. 특히 손호영은 시즌 시작 후 김태형 롯데 감독이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다.
더욱 중요한 점은 5명 모두 군필 선수라는 점. 4명은 빠르게 군문제를 해결한 선수들이고, 윤동희는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 특례를 받았다. 지금의 흐름을 유지한다면, 보다 장기적인 플랜 속 상수로 롯데 타선을 이끌 잠재력과 동기가 가득한 선수들이다.
타점 4위(52개)에 올라있는 외국인 타자 레이예스의 존재감도 눈부시다. 하지만 제아무리 꾸준한 선수라 한들, 혼자서는 팀을 구할 수 없다. 레이예스는 홈런을 뻥뻥 치며 리그를 주도하는 타입의 선수도 아니다. 득점 3위(49개) 윤동희와 특히 찰떡 궁합이다. 윤동희를 비롯한 앞선 타순의 선수들이 꾸준히 밥상을 차려주기에 레이예스도 더 빛날 수 있다.
4번타자 전준우의 종아리 부상이 길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진 버틸만하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길어지면 전반기까지 쉬게 할 수도 있다"는 속내를 전했다. 올해 나이 38세, 하루하루가 만만찮은 노장에게 충분한 회복 시간을 주겠다는 것. 어쩌면 군필 5인방이 있기에 가능한 결단이다.
아쉬운 부분은 약화된 선발진이다. 애런 윌커슨이 연일 호투하고 있지만, 찰리 반즈는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 반즈 역시 전준우와 마찬가지로 전반기 아웃이 유력하다. 토종 선발 박세웅과 나균안이 나란히 부진한 점이 아쉽다.
그래도 베테랑 한현희가 힘을 내고 있다. 김진욱과 이민석 역시 3~4년간 성장시킨 잠재력이 이제야 빛을 보는 단계다.
반즈와 박세웅, 나균안은 평균 이상의 클래스를 이미 입증한 투수들인 만큼, 돌아올 전준우와 더불어 향후 플러스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은 선수들이다.
야구계 일각에서는 '리빌딩을 마치고 승부사를 데려와야하는데, 우승청부사를 모셔놓고 리빌딩을 하고 있다'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김태형 감독 역시 이같은 여론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리빌딩이 잘되면 자연스럽게 성적도 나오는 것 아니냐"며 웃는다.
수많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5위 SSG 랜더스와의 차이는 4경기반 차이다. 아직 6월 중순이지만, 벌써부터 햇볕이 뜨겁다. 롯데팬들은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김태형 era'는 8년만의 가을야구로 첫 걸음을 뗄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