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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담장 밀어서 넘긴 19세 타자, 감독이 기다렸던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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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다른 선수들도 빨리 왔으면 좋겠지만, (박)지환이가 생각나네요."

SSG 랜더스 고졸 신인 박지환(19)은 지난 8일 39일만에 1군 엔트리에 복귀했다. 4월 3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9회 타석에서 한화 장지수가 던진 142km 직구에 왼쪽 손등을 맞아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됐다. 검진 결과 왼손등 5번째 중수골 미세 골절 진단이 나와 그대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당시 팀 선배들도 신인 박지환의 예상치 못한 부상에 크게 안타까워했다. 스스로 플레이를 하다 다친 것이 아니라 투수의 공에 맞아 골절상을 입었기 때문에 더더욱 안타까워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박지환은 약 한달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당초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봤다. 부상을 당한 중수골은 미세 골절이라 하더라도 뼈가 빨리 붙지 않는 부위이기 때문에 SSG 구단에서는 복귀를 하려면 6월 중순 이후가 돼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예상보다 회복 속도가 빨랐다.

박지환은 6월 4일부터 퓨처스리그 경기에 뛰기 시작했다. 같은 부위를 다친 베테랑 김성현은 4월 22일 엔트리에서 빠졌는데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다. 박지환의 퓨처스 복귀 소식을 들은 구단 관계자들도 "나이가 어려서 뼈가 더 빨리 붙나"라면서 웃었다.

이숭용 감독은 빠르면 6월 11일, 아니면 6월 18일이 포함된 주에 박지환을 콜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신인 선수인데다 골절상을 당했었던만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퓨처스리그 복귀전부터 2안타를 터뜨리며 빠르게 실전 감각을 회복한 신인을 굳이 천천히 부를 이유가 없었다. 결국 지난 8일 부산 원정 선수단에 합류했고, 이날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9일 더블헤더 2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39일만의 1군 복귀전이었지만, 첫 타석부터 인상적이었다. 9번타자-2루수로 선발 출전한 박지환은 2회초 첫 타석부터 롯데 선발 투수 박세웅을 상대로 중전 안타를 터뜨렸고, 4회초 두번째 타석에서는 홈런을 터뜨렸다. 박세웅을 다시 상대한 박지환은 2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1B1S에서 3구째 145km 직구를 밀어서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외야 펜스 담장 높이를 높여 홈런을 치기가 까다로워진 사직구장에서 19세 고졸 신인이, 그것도 배트 스피드와 컨트롤로 가볍게 넘긴 홈런이 프로 데뷔 홈런이 됐다. 부상 복귀 하자마자 안타와 홈런이 터지면서 '실전 감각 걱정'이 무색해졌다.

박지환이 밀어서 데뷔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 돌아오자, 더그아웃 가장 입구에 서있던 이숭용 감독은 입가에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기특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감독이 가장 기다렸던 선수이기도 하다. 최근 부상 선수들의 복귀 시기를 짚던 이숭용 감독은 "사실 지환이가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라며 은근슬쩍 속내를 드러냈다. 올 시즌 SSG의 2루가 아직까지 확실한 붙박이 주전 없이 경쟁 모드로 흘러가고 있기도 하지만, 포지션을 떠나 신인 박지환이 4월에 보여줬던 재능이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던 이숭용 감독이다.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공백이 생겼었지만 아직 경기는 많이 남아있다. 올 시즌 박지환이 SSG 2루 경쟁에서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일단 복귀전은 완벽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