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첫 골, 첫 승을 신고합니다!"
메이저대회 첫 경기에 대한 부담감, 지독한 득점 불운을 씻어낸 해결사는 '병장 스트라이커' 이영준(21·김천)이었다. 그는 17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의 202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이하(U-23) 아시안컵 겸 파리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조별리그 B조 1차전서 후반 추가시간 긴 '0'의 행진을 깨트렸다. 키 1m90의 장신 공격수 이영준은 '이을용 아들' 이태석(서울)이 코너킥 상황에서 문전 니어 포스트 쪽으로 강하게 휘어차 준 공을 높은 타점을 이용한 강력한 헤더로 UAE 골문을 열어젖혔다. 이영준의 특기인 공중볼 장악력이 잘 발휘된 장면이었다.
한국은 전반 19분 황재원(대구)의 슛이 골대를 때리고, 뒤이어 안재준의 골이 오프사이드 반칙으로 취소되는 불운을 겪었다. 후반 43분 강성진(서울)의 헤딩 득점도 무효처리돼 발을 동동거리던 시점에 천금같은 결승골이 터졌다. 한국은 이 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이영준은 득점 후 군인답게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했다. K리그 최연소 출전 기록을 보유한 이영준은 지난해 6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2023년 FIFA U-20 월드컵에도 군인 신분으로 참가해 2골-1도움 맹활약을 펼치며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이영준은 당시 우승후보로 꼽히는 프랑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서 결승골을 터트리며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첫 경기부터 빛나는 킬러 본능이 이번 U-23 아시안컵 무대에서도 반짝였다.
U-20 월드컵에서 일병이었던 이영준은 2023시즌 소속팀 김천의 K리그 1부 승격을 도왔고, 올 시즌 K리그1 무대를 누비며 경험치를 쌓았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전역을 앞둔 병장이 된 이영준은 한층 무게감있는 포스트플레이와 침착한 슛으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는 황선홍호에 귀중한 첫 승을 선물했다. 이영준은 "황선홍 감독님께서 쉽게 오지 않는 찬스에서 득점해야 하는 게 스트라이커의 임무라고 했다. 그 기회를 살려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영준의 결승골 뒤에는 황선홍 감독의 용병술이 있었다. 황 감독은 전반 안재준(부천) 홍시후(인천) 강상윤(수원FC) 엄지성(광주) 등이 중심이 된 공격진이 생각보다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자, 하프타임 빠른 선수 교체로 변화를 꾀했다. 안재준 대신 이영준, 홍시후 대신 강성진을 투입했다. 작전은 주효했다. 이영준은 6번의 공중볼 경합 시도 중 6번을 성공할 정도로 UAE 수비진을 높이로 압도했다. 왼발잡이 오른쪽 윙어인 강성진이 들어가자 오른쪽 측면 공격이 살아났다. 이영준의 골을 어시스트한 이태석도 후반 32분 조현택(김천)과 교체돼 들어간 자원이었다. 양현준(셀틱) 배준호(스토크시티) 김지수(브렌트포드) 등 황선홍호 핵심 유럽파가 소속팀 반대로 이번에 차출되지 못한 악재를 용병술로 극복해낸 모습이다.
또 한국은 이날 코너킥, 프리킥 상황에서 공을 주변 동료에게 짧게 내주거나, 문전으로 강하게 띄우는 식의 다양한 세트피스 공격 방식을 선보였다. 평소 세트피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황 감독의 고민이 엿보였다. 결승골이 세트피스에서 발생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대표팀은 첫 경기에서 승점 3점을 따내며 곧바로 B조 선두로 올라섰다. 같은 날 중국을 1대0으로 꺾은 일본과 공동 1위다. 19일 조별리그 2차전서 중국을 꺾으면 일본-UAE전 결과에 따라 8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할 수도 있다. 16개팀이 참가하는 이번 아시안컵에선 4개조 상위 1, 2위팀이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최종 1~3위가 올림픽 본선에 직행하고, 4위팀은 아프리카 기니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