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바람의 손자'는 살아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일주일 만에 출전한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시즌 개막을 앞두고 타격감을 잔뜩 끌어올렸다.
이정후는 2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 디아블로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3타석 2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타율을 4할대로 끌어올렸다.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휴식을 취하며 컨디션을 조절해온 이정후가 경기에 나선 것은 지난 14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 이후 7일 만이다. 당시 이정후는 1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고른 뒤 2회 2사후 두 번째 타석에서 중전안타를 터뜨리며 타격감을 이어갔지만, 이후 왼쪽 햄스트링에 이상을 느껴 교체됐다.
뻐근한 정도지 부상이라고 할 만한 상태는 아니었으나, 절대 무리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스태프는 충분한 휴식을 배려했다. 이정후는 전날 복귀를 위한 최종 테스트에서 베이스를 전력으로 무난하게 돌며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
이전처럼 1번 중견수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이정후는 1회초 첫 타석에서 안타를 터뜨렸다. 에인절스 왼손 선발 타일러 앤더슨과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강습 내야안타를 만들어냈다. 앤더슨의 7구째 가운데 높은 직구를 힘차게 끌어당긴 것이 우중간 쪽으로 강하게 흘렀다.
오른쪽으로 수비시프트를 하고 있던 2루수 리반 소토가 왼쪽으로 이동해 팔을 뻗었지만, 타구는 글러브를 맞고 옆으로 흘렀다. 일주일 만에 출전한 첫 경기, 첫 타석에서 안타를 생산해 낸 것이다. 그러나 후속 3타자가 모두 범타로 물러나 이정후는 그대로 이닝을 마무리하고 들어왔다.
0-1로 뒤진 3회 2사후 두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앤더슨을 상대로 파울을 4개나 걷어내는 적극적인 타격을 한 끝에 8구째 바깥쪽 직구를 볼로 골라냈다. 다만 앞선 7구째 바깥쪽 직구에 방망이를 휘둘러 파울팁이 됐으나, 에인절스 포수 채드 왈라치의 미트를 맞고 떨어져 삼진을 면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후속 맷 채프먼이 삼진으로 물러나 이정후는 더이상 진루하지 못했다.
이정후의 방망이가 더욱 불을 뿜은 것은 0-1로 뒤진 5회초다. 2사 3루서 2루타를 터뜨려 1-1 동점을 만들었다.
선두 마이크 야스트렘스키가 우중간 담장을 원바운드로 넘어가는 그라운드룰 2루타를 터뜨려 찬스를 만들었다. 이어 닉 메이드가 유격수 땅볼, 라몬트 웨이드 주니어가 상대 1루수 브랜든 드루리의 호수비로 직선타로 각각 아웃돼 2사 3루가 됐다.
3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볼카운트 3B1S에서 앤더슨의 5구째 높은 직구를 그대로 통타해 우중간으로 날아가는 2루타를 터뜨리며 야스트렘스키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2루타는 지난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이후 20일 만에 나왔다.
이어 이정후는 대주자 이스마엘 뭉기아로 교체돼 복귀전 임무를 마쳤다. 상대 에인절스도 선발 앤더슨을 좌완 드류 포머란츠로 교체했다.
이로써 이정후는 시범경기 타율을 0.348에서 0.400(25타수 10안타)로 끌어올리며 존재감도 높였다. 1홈런, 4타점, 4득점, 4볼넷, 1도루, 출루율 0.483, 장타율 0.600, OPS 1.083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서 샌프란시스코는 5대2로 승리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