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최근 MBC 예능에 빠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간판 예능 '나 혼자 산다', '구해줘 홈즈'는 물론, '솔로동창회 학연', '도망쳐: 손절 대행 서비스'까지. 여기에 '라디오스타', '복면가왕'에도 게스트로 출연하는가 하면, 계열사 채널의 '위대한 가이드'에도 고정으로 나온 바다. 앞으로 공개될 예능에도 모습을 드러낼 예정인데, 총선 방송 진행이나 올림픽 중계까지 맡는다.
MBC의 아들이자, 공무원으로 통하는 김대호 아나운서 이야기다. 매니저가 없어 '전지적 참견 시점' 빼고는 웬만한 MBC 모든 프로그램에 나오고 있다. 오죽하면 지난해 연말 MBC 연예대상에서 "24시간이 모자라/ MBC가 부르면 어디든지 가야 해/ 48시간도 모자라/ 여기 가서 일하고 저기 가서 일하면"이라는 가사의 노래를 불렀을까.
이러한 행보를 보면 화려한 연예인들과 비슷할 것 같지만, 사실 그의 명함에는 'MBC 아나운서국 아나운서 1팀 차장'이라 적혀 있다. 이것이 김대호 아나운서의 '셀링포인트'로 이어진다. '나 혼자 산다'를 보면, 인왕산 끝자락 소형주택에서 자연인 같은 삶은 사는 그는 한남동 대저택에서 펼쳐지는 스타들과 분명 도치됐다. 꾸밈없이 소탈한 'K-직장인'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공감대를 간질거리는 묘한 기시감이 드는 이유. 그때 대중은 알아차렸다. 아, 지상파 아나운서라도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구나.
그렇게 김대호 아나운서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차장님이 됐다. 갑작스러운 국민적 관심에 붕 뜰 법도 하지만, 본지가 직접 만난 그는 여전히 쑥스러운지 멋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인기라니 아직은 민망하다. 물론 전과 확연하게 다른 점은 있다. 작년 이맘때가 진짜 바빠지기 직전이었는데, 아무런 변화 없이 10여 년 동안 회사 생활을 했던 어제오늘이었다. 지금은 아무래도 표면적으로 인지도가 가장 많이 달라졌고, 개인적으로는 스케줄이 굉장히 많아졌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엄청난 수입은 아니지만, 직장인으로 받을 수 있는 것 이외의 수입이 생기기도 했다."
스스로 진단한 인기 이유도 들어봤다. "사실 저도 처음에 관심 얻었을 때 '왜? 매일 내가 하는 모습인데, 루틴으로 하는 일들인데, 어디서 재미를 찾은 거지?'라고 했었다. 지금은 제가 회사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사람이 저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데, 또 제가 회사원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하게 살고 있다. 이 상충되는 두 모습 때문에 사람들이 편하게 저를 보시는 것 같다. 로맨틱 코미디 보면, 나에게 없는 일이지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을 그리지 않느냐. 저도 그런 것 같다. 일반 회사원이 실행하기 힘든 것인데, 회사원인 제가 하기 때문에 대리만족하시는 것 같다."
특히 '나 혼자 산다'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매력이 두드러진다며 자부했다. "방송 스타일이 신입 때부터 그랬지만, 자리에 딱 앉아서 진행하면서 재미를 주는 것은 기술적으로 뛰어나지 않은 것 같다. 녹아드는 예열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 현장에 부딪히다, 상황에 맞게 번뜩이는 순간이 나오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나 혼자 산다'가 자연스럽게 틀이 없어, 제가 선호하고 맞는 것 같더라."
이러한 관심과 바쁜 나날들에 행복하겠지만, 체력적으로는 다소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대호 아나운서는 체력적인 부침에 "나이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일단 스케줄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뉴스 할 때는 생방송 위주다 보니, 정해진 시간만 일했는데, 예능은 촬영 시간이 긴데 에너지 소모도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뉴스나 시사프로를 진행하는 것과 예능 출연은 큰 차이가 있다. "해야 하는 역할이 다 다르다. 예능은 재밌어야 하고, 교양은 정보를 드려야 하고, 뉴스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 각각의 고유의 영역이 있다. 다만 아나운서기 때문에, 직함을 달고 대하는 것은 다르다. 아나운서 이름을 가지고 뉴스를 할 때는 '아나운서가 이렇다'는 대중의 인식이 있어서 편안한데, 오히려 예능에서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아나운서 틀이 견고해서, 그 선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신경 쓰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러한 시선이 유연해져서, 저 같은 사람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시는 것 같다. 그리고 만나서 느끼는 것은 다르다. 아나운서로는 사회 저명인사 혹은 일반 시민들을 많이 만나는데, 대외 활동 및 다른 채널을 하면서 연예인들이나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는 새로움이 있어서, 신선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아나운서'가 '예능'에 나오는 것을 짚은 김대호 아나운서에게 '아나운서로 정체성 혼란'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단번에 "원래 저는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나운서로 부끄러울 수 있지만 '저는 언론인으로, 저널리스트로 공영방송을 바로 세워야지'라는 마음보다는, 하루하루 맡겨진 일과 방송을 소화하고, 소속된 조직 내에서 일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지나왔다. '아나운서인데 이런 것 하면 어렵지 않아요? 부담스럽지 않아요?'라는 것은 없다. 아나운서가 천직이라고 말하기에는 동료 아나운서에게 미안하지만, 그래도 한 직장에서 10여 년 이상 일했다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그래도 이 일이 맞다고 본다. 예전에는 방송이라는 일이 안 맞다고도 생각했었다. 누구 앞에서 나가서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은데, 그래도 그 안에서 아나운서 생활을 해왔다는 것은 맞는 직업인 것 같다."
2011년 아나운서 공개 채용 프로그램 '신입사원'을 통해 공채 아나운서로 시작한 그는 지난해 MBC '연예대상'에서 신인상까지 거머쥐면서 'MBC 아들'의 완벽한 서사를 그렸다. 현재도 MBC 여러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면서, MBC에서 할 수 있는 여러 임무를 소화 중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중도 그의 MBC 퇴사를 말리고 있다.
"MBC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고맙다. MBC에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아나운서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다. 총선 방송이나 올림픽 중계는 일반 연예인들이 쉽사리 경험할 수 없는데, 저는 회사에서 이런 부분을 경험시켜 준다. 물론 잘못 삼키면 독이 되겠지만, 잘 삼키면 굉장한 도움이 되기에 고맙고 소중하게 생각한다."
아나운서이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경험의 가치를 크게 본 것. 이에 프리랜서 방송인이 누리는 편리한 시스템이나 수입적인 측면에 아쉬움은 없는지 궁금해진다. 김대호 아나운서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퇴사'와 '프리'는 이랬다.
"회사 차원에서 봤을 때, 예전에는 경직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요즘에는 많이 유연해졌다. 유튜브나 채널도 다양해졌는데, '유퀴즈' 나갔을 때도 그렇고, 경험 삼아 해보라며 허락해 주신다. 물론 아나운서로 기존에 하던 생활도 그대로 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 형평성이 있으니 기본 업무는 수행하지만, 횟수나 일정을 줄어 주셨다. 또 우수 사원으로 상도 받고, 상여금도 받았다.
사실 퇴사는 매일 생각한다. '오늘 할까, 내일 할까.' 굉장히 간단한 문제다. 점심에 짬뽕이냐, 짜장면이냐 고민하는 것과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도움 되는 것을 결정하면 된다. 저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할 수 있다고 본다. 프리라는 단어가 가지는 속성 자체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기도 하지만, 직장생활에서 할 수 있는 경험과, 자유로운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따지는 편이다. 지금 아침 9시부터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방송도 하는 '반프리' 생활을 하는데, 조금 더 자유롭게 생활하고 싶으면 그때 프리를 할 수도 있다. 지금은 제가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이나 도움 되는 부분이 많고, 제가 MBC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퇴사를 어떤 시기에 해야지'라는 구체적인 생각은 없다. 다만 올해가 끝날 때, 작년과 지금의 나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김대호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객관화해 볼 것 같다."
뜨거운 화제성을 방증하듯, 김대호 아나운서 관련 기사도 많이 나고 있다. 본지 기자들의 펜촉에서도 그의 기사가 여러 번 다뤄진 바다. 그가 출연하는 각종 방송 리뷰부터, 신인상을 수상했던 영광의 순간, 최근 화제를 모았던 '결혼 장례식' 등. 김대호 아나운서 역시 본지 기사를 많이 접했다며 스포츠조선과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앞으로 채우고 싶은 자신의 기사를 언급했다.
"어렸을 때 만화를 보려고 많이 봤었다. 그래서 다른 신문들보다 스포츠조선을 더 많이 봤던 기억이 난다. 예전에는 신문을 보는 세대였는데, 그때 스포츠 일간지가 너무 재밌었다. 특히 스포츠조선은 만화가 재밌었다. 1면에 스포츠 선수들 사진 크게 있고, 넘겨서 만화도 보고. 그런 것들 때문에 많이 접했었다.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제 기사를 본다. 늘 감사하다. 처음에는 언론 인터뷰할 때 '저에게 왜 궁금하시지?'라는 생각이었고, 똑같은 답을 계속하니까 힘들더라. 그런데 기자분들이 비판해야 할 때는 비판하시지만, 또 힘이 돼주시기도 한다. 그 생각을 한 이후로 인터뷰에 대한 태도도 바뀌더라. 항상 감사하게 기사를 읽고 있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